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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이 음식으로”…脫현실 ‘변신 웹툰’ 눈길 끄네

-‘멀티 페르소나’로 사는 독자들 대리만족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네이버웹툰에서 ‘라일락200%’를 연재하고 있는 아니영 작가는 “누구나 어떤 모습이 되는 꿈이나 미래를 가지는 꿈을 꾸기 마련이다. 이에 서로를 동경하기도 질투하기도 하던 두 사람의 몸이 바뀌어 꿈꾸었던 것들을 가져보며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기획하면 어떨까 해 연재를 시작하게 된 작품이다”고 말했다.

아니영 작가의 생각처럼 최근 내놓은 트렌드 코리아의 2020년 소비 트렌드 키워드인 ‘MIGHTY MICE’ 중에서 M은 “Me and Myselves 멀티 페르소나(다층적 자아)”로 다양하면서도 분리된 여러 개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현대인을 뜻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직장에 있을 때와 퇴근 후 모습이 완전히 다른 등 모드 전환이 빠르게 이어진다. 여러 계정의 SNS를 운영하며 매체와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정체성을 그때그때 만들어 나가는 경향이 강하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멀티 페르소나’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현재 자신의 모습 외에 다른 외모, 타인, 혹은 그 어떤 다른 형태로 변모되는 것을 꿈꾸기도 한다.

직장인 박모(41세)씨는 주중에는 직장, 주말에는 육아로 하루하루 피곤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변신 소재 웹툰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웹툰 속 주인공들을 보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웹툰은 온라인이라는 소비 환경에서 소재의 제한 없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주요 콘텐츠 중 하나다. 웹툰 시장이 커지면서 이색적인 설정과 독특한 소재 등을 다수 선보이고 있는데 최근에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 혹은 동물 등으로 바뀌는 변신 웹툰이 독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이 사고 후 다른 사람으로 재탄생하거나 몸이 바뀌는 설정은 웹툰 뿐 아니라 영화,드라마의 단골 소재이다. 원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된 인물의 당황스러움은 웃음을 자아내고 이내 생기는 갈등과 해소 과정이 보는 이들에게 통쾌한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동경했던 멋진 삶을 대신 살거나 몸이 바뀜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역지사지(易地思之)하게 된 캐릭터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최근 연재를 시작한 ‘라일락 200%(글 그림 아니영)’는 아이돌의 진성 팬이자 그들을 동경하는 ‘연하늘’이 사고로 인해 학창 시절 동창인 인기 아이돌 ‘연분홍’과 몸이 바뀐다는 설정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많은 이들이 인기 아이돌의 화려하고 멋진 모습을 꿈꾸는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아이돌의 삶을 얻게 된 주인공이 새로운 인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생기는 에피소드를 상큼한 그림체와 통통 튀는 전개로 그려내 주목 받고 있다. 올해 네이버웹툰 지상최대공모전 웹툰 부문 2기에서 장려상을 받은 작품이다.

유난히 ‘변신 웹툰’은 외모에 민감한 사춘기 학생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 ‘얼굴천재(글 그림 지에이)’는 외톨이 고등학생이 전기에 감전된 후 게임 속 멋진 캐릭터로 바뀌는 것이 주요 설정이다. 올 상반기 극장가를 웃음바다로 만든 영화 ‘내안의 그놈’을 웹툰화 한 ‘어쩔 꼰대’ 또한 하루아침에 빵셔틀과 조폭이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최근 네이버웹툰은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몸이 바뀐다는 설정의 웹툰 ‘인생존망’의 연재를 시작했다. ‘인생존망’은 인기 학원물 작가인 전선욱과 박태준의 합작으로 더욱 화제를 모았으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이 뒤바뀌면서 생생한 학교 폭력의 현실을 전하고 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사람이 음식으로 변신하는 웹툰도 등장했다. 네이버웹툰이 개최한 지상최대공모전 수상작인 웹툰 ‘닭강정(글 그림 박지독)’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간 사람이 닭강정이 되어버렸다는 참신한 소재로 독자의 눈길을 끌었다. 개성 있는 작화에 짜임새 있고 흥미진진한 전개, 예측할 수 없는 장르로 네티즌의 다양한 추리가 이어지고 있다.

인간이 동물, 동물이 인간으로 변신하는 판타지물은 웹툰계 스테디셀러 소재이다. ‘냐한 남자(글 그림 올소)’는 고양이로 변신하는 남자가 주인공이며 ‘합격시켜주세용(글 그림 이온)’은 용이 될 수 있는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인간계로 내려온 이무기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동물이 등장하는 웹툰은 아기자기한 그림체로 ‘힐링이 된다’는 네티즌의 평과 동물 애호가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이어져 스테디셀러 소재로 자주 사용된다.

인간이 다른 인간으로, 동물로, 사물 등으로 바뀌는 ‘변신 웹툰’은 다양한 인물 설정으로 입체적인 캐릭터가 등장할 수 있으며 이색적인 설정과 독자들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전개로 보는 이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는 것이 큰 매력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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