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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남3구역 입찰무효]사상 초유 강력제제 한남3구역…어떤 경우든 사업 지연 불가피
정부, 시공사 선정 과정 불법 20여건 발견
지자체, 조합에 입찰무효, 재입찰 권고
조합, 28일 시공사 합동설명회 등 일정 진행후 결정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내가 너하고 결혼하는데 손에 물 안 묻히게 해 주겠다고 하면 이게 사기 아닌가요?”

26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용산구 한남뉴타운 ‘한남3구역’ 현장점검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김성보 서울시 주택관은 건설사들(현대건설·GS건설·대림산업)이 수주 경쟁을 하면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등 현행 법령을 위반한 게 명백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시공사들이 약속한) 무이자 지원은 재산상 이익을 직접적으로 제공한 것이며, 분양가 보장, 임대주택 제로(임대주택을 높은 가격에 직접 매입해 조합원 수익을 높여 주겠다는 것) 등도 법에서 금지한 재산상 이익을 약속한 것에 해당 한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이런 판단을 근거로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20여건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일단 26일 오전 관할 구청인 용산구청에 시정명령을 하도록 통보했다. 위법 사항이 발견된 만큼 입찰무효, 재입찰 등 시정조치를 하는 게 좋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정부가 정비사업 시공사 수주 입찰을 점검해 기업을 수사하라고 하고 ‘입찰 무효’라고 규정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 ‘시계제로’=서울 강북 최대 재개발 지역인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이 안갯속에 빠졌다. 서울시로부터 시정명령 통보를 받은 용산구는 한남3구역 재건축조합에 입찰무효와 재입찰 절차를 진행하라고 권고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합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조합측은 일단 28일 예정된 시공3사 합동설명회와 내달 15일 개최 예정인 시공사 선정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나와야 불법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고, 현재로선 문제될 게 없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며 “일단 예정대로 사업 절차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 관계자는 “정부가 불법이라고 판단한 20여개 항목은 모두 이미 알려진 내용으로 각각 건설사들이 법률 검토를 거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법률적으로 다툼이 클 수밖에 없는 내용을 실제 불법인양 규정해 사업을 중지시키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한남3구역[헤럴드경제DB]

그럼에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단호하다. 자체 판단으로 불법으로 규정한 만큼 방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관은 “조합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조합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 하겠다”며 “조합이 먼저 위법 사안을 스스로 발견해서 입찰제안서를 무효로 하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까지 시공사를 상대로만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입장이다.

▶어쨌든 사업 지연 불가피=어떤 경우든 사업 지연은 불가피하다. 조합이 정부 권고를 무시하고 시공자 선정 작업을 진행한다고 해도, 서울시가 인허가 과정에서 계속 문제를 삼을 수 있다.

수사결과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포주공1단지에서도 수주과정에 불법이 적발됐다며 시공사에 대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2년째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수사 결과 불법으로 판단되면, 진행된 모든 사업이 취소될 수 있다. 입찰에 참가한 3개 건설사는 2년간 정비사업에 대한 입찰참가 자격 제한을 받는 등 제재를 받는다. 재개발 사업 자체가 무한정 늦춰질 수 있다.

조합이 정부 입장을 받아들여 입찰을 무효하고 재입찰을 해도 사업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 입지가 좋기 때문에 새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는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본다. 다만, 설계작업 등 기존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해 6개월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기존 조합에 대한 불신이 커 조합장 등 간부를 물갈이 하자는 의견이 나올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시공3사가 낸 입찰보증금 4500억원(각사별 1500억원)이 몰수되면 이를 놓고도 소송전이 불가피하다. 조합은 입찰 과정에서 위법이 발견되면 입찰보증금을 몰수할 수 있다. 정부는 입찰 보증금 몰수는 조합이 결정할 일이라고 선을 긋는다. 건설사는 조합 지침에 따라 진행한 것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수주과정에 불법이 없었다며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합법적인 틀로 이주비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것이고, 건강검진·조식서비스 등 컨시어지 특화, 단지내 이동수단 제공 등은 서비스 활성화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이지 재산상 이득을 주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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