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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고홍석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초빙교수] 한강의 아쉬움

지상으로 강남북을 오가는 사람들이 매일 보게 되는 것이 한강이다. 한강을 건너는 동안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될 것이다. 나는 1980년 한강대교를 처음 한강과 자주 접하게 됐다. 그 시절 한강은 여기저기 모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곳도 있었고 한강물은 구불구불하게 흘렀다.

내가 처음 한강을 접한지 35년 후 2015년 1월부터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장을 맡았다. 한강사업본부장은 서울시 면적의 6.6%인 39.9㎢에 달하는 한강내의 모든 시설을 관리하는 업무를 총괄한다. 특히 한강은 1982년부터 시작된 정비사업 후 보통 둔치라고 말하는 수변 공간이 9.1㎢나 돼 다른 나라의 강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한강본부는 한강 유람선이나 선박 등이 운행하는 수역뿐만 아니라 수변에 설치된 자전거도로, 휴식 공간 등 각종 시설물을 관리할 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까지도 책임지는 업무를 하고 있다.

그런데 한강을 이용하는 시민은 2014년 기준으로 1년간 6400만명 이상이 됐지만 이중 수상시설을 이용하는 시민은 겨우 56만명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 전체 면적 중 수변을 제외한 수역은 77.2%에 달하지만 이용시민은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둔치는 시민들로 붐비지만 한강수상은 매우 한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의 강들을 보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외견상으로만 봐도 한강의 수상이용이 매우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외 대도시의 강, 예를 들면 파리의 세느강, 런던의 템즈강, 워싱턴의 포토맥강, 싱가포르의 싱가폴강 등에는 많은 유람선이 운행되고, 각종 수상활동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수상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각종 선착장, 특히 공영선착장이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선착장은 사회적 인프라이기 때문에 민간보다는 공공기관에서 설치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강은 넓은 수역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영선착장이 하나도 없다. 일부 민간이 운영하는 유람선이나 한강을 관리하는 행정선을 위한 조그마한 선착장들은 몇 개 있으나 누구나 배를 정박할 수 있는 공공선착장이 없는 것이다. 난 공영선착장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다행히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한강의 자연성회복과 더불어 한강이용활성화를 위한 한강재생계획을 수립했는데 핵심적인 사업 중의 하나가 통합선착장 건설이다. 그런데 일부 환경단체와 시의회의 반대에 부딪쳐 이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을 보며 아쉬움을 느낀다.

또 한강은 서해로 연결돼 있지만 남북한간의 대치상황으로 인해 서해로 직접 나가는 것은 어려운 것인 현실이다. 하지만 한강과 서해를 직접연결하기 위한 아라뱃길이 건설됐다. 이미 건설된 기반시설을 활용해서 한강을 서해로 연결하는 것은 한강의 수상활동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필요한 것으로 보였다. 나는 한강과 아라뱃길을 연결하기 위한 실무적인 협의를 진행했지만 역시 일부 환경단체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쳐 아직까지도 그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실리를 버리고 명분에 집착하는 현실에 못내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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