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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호진의 부동산 터치!] 급행철도가 집값격차 메우나

판교신도시 신분당선 판교역. 북쪽 출구에서 판교테크노벨리로 넘어가는 횡단보도는 매일 아침마다 전철역에서 나와 출근하는 젊은 직장인들로 활기가 넘친다. 판교테크노밸리에는 1270여개의 기업이 둥지를 틀고 7만여명의 IT 인력들이 일하고 있다. 판교밸리 내 입주기업의 매출액 합계는 79조3000억원(2017년 기준)을 넘어섰다. 이는 부산(78조원, 2016년)이나 인천(76조원, 2016년)의 지역내 총생산(GRDP)과 맞먹는다.

판교의 활력은 판교역~강남역을 15분 내에 연결하는 급행철도 신분당선이 바탕이 됐다. 신분당선이 서울 강남역과 삼성역 사이 테헤란밸리를 판교로 확장하며 80조 규모의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새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일자리와 사람이 몰리니 판교역세권 아파트값은 서울 웬만한 곳을 뺨친다.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 98㎡는 18억5000만원을 줘야 살 수 있다.

판교밸리에서 보듯 급행철도는 서울 핵심도시의 면적을 수도권으로 확장한다.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역, 광화문, 삼성동, 청량리 등 도심까지 20~30분에 닿을 수 있다면 이미 서울 생활권이다. 예를들어 신안산선(안산~여의도)이 개통(2024년 예정)되면 안산·시흥 지역이 여의도권역으로 편입돼 이 일대 지역총생산이 지금보다 배가될 것이다. 3기 신도시 계획이 말하듯 정부가 서울 주택수요 분산을 위해 핵심도시 주변을 개발하면서 메트로폴리탄(광역도시)을 만드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은 그래서 일면 타당하다. 정부는 이를위해 수도권 GTX 같은 광역교통 건설을 앞당기겠다고 했다.

김 장관은 최근 언론 기고에서 “단언컨대, 서울 중심가에 사는 사람들은 잘 모른다. 왜 빠르고 편리한 교통망 보급이 복지의 영역인지를. 경기도 일산에서 살아온 지 18년. 수면 시간이 평균 5시간을 넘지 못한다. 수도권 시민은 교통 복지의 긴급 요(要)수요자다. 광역교통 서비스 혁신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라고 감성적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장관 취임후 GTX A노선(동탄~운정) 파주 연장,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 GTX C노선(수원~양주 덕정), B노선(송도~마석) 예타통과 등에 공을 들여 획기적 진전을 이뤘다며 스스로 높은 점수를 줬다. 김 장관은 2030년까지 70분 이상 걸리던 서울 주요 거점까지의 시간을 30분대로 줄여보겠다고 했다.

수도권 광역교통망에 대한 김 장관의 의지는 알겠지만 과거의 사례들이 믿음을 희석시킨다. 서울에서 남양주 별내신도시로 연결되는 ‘별내선’은 당초 2013년 개통된다 했으나 10년이나 늦어져 2023년에나 들어설 예정이다. 위례신도시의 ‘위례 신사선’ 준공도 2013년까지 끝낸다 했으나 2027년으로 14년이 지연됐다.

수도권 GTX에는 15조원 이상의 돈이 든다. GTX A의 경우 정부 부담이 29%고 민자, 지방비, 광역교통대책분담금 등이 투입된다. 결국 정부 재정자금이 속도를 좌우한다. 내년 우리나라 예산은 513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그런데 철도 도로 등에 쓰이는 SOC 예산액은 22조3000억원으로 4년 전(2015년 24조8000억원)보다 못하다. 교통은 서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복지라는 김 장관의 외침이 무색해진다. 이래서는 광역교통망의 속도를 내기 어렵다.

수도권의 ‘인구 대비 도시·광역 철도 연장’은 뉴욕, 파리, 런던과 같은 대도시권에 비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 결과 거리의 ‘차이’는 ‘차별’로 굳어졌다는 게 김 장관의 인식이다. 김 장관의 말대로 거리의 차이가 집값과 일자리, 교육, 문화수준의 차별을 낳고 있다. 이런 격차를 메우려면 정부의 재정투입이 지금보다 훨씬 과감해야 한다.

문호진 선임기자/m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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