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국세청 자료 쓰겠다는 공정위…"필요한 정보 vs 별건 조사 우려"
국세기본법 개정안 논의…과세정보 공유 금지의 예외 사유 확대
기재부 "오로지 과징금 부과 목적 자료만 가능" 설명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국세청 과세정보 활용 방안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공정위는 조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야당과 재계는 기업의 내부 정보까지 넘어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이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지난 11일 개최한 조세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여야는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부가 각각 발의한 총 3건의 국세기본법과 유승희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1건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핵심 쟁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국세청의 과세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느냐 여부였다.

현재 국세기본법 제81조13항은 비밀유지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국세의 부과·징수를 위해 업무상 취득한 과세 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조세 부과, 통계 작성, 사회보험 급여 등을 위한 목적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정부와 여당, 바미당은 예외 사유를 확대해야 한다며 법 개정안을 냈다.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부과할 경우 외에도 공정위 등 중앙행정기관이 과징금을 부과할 때도 과세 정보를 줄 수 있도록 하는 단서 조항을 추가했다.

조세소위 위원들은 격렬한 찬반 논쟁을 벌였다. 강병원 의원은 "공정위가 갖고 있는 행정력으로 모든 구체적인 돈의 흐름을 파헤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반면 국세청은 보다 깊숙한 부당행위 관련 자료를 갖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자료를 요청하는 것은 예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과세정보에는 제조원가, 연구개발비, 인건비 등 기업의 모든 비밀이 다 들어있다"며 "이 자료를 여러 기관이 공유하다보면 별건, 임의조사도 가능하기 때문에 권력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과세정보 비밀주의가 있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재계도 야당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법 개정을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홍성일 한경연 경제정책팀장은 "개정안에서 말하는 과세정보, 과징금의 범위가 모호하다"며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도 과세정보에 포함되기 때문에 과징금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특정해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법안 통과가 어려움을 겪자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정부 부처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당혹스러워했다.

우선 공정위는 이번 법 통과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부당지원, 사익편취가 기업 내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다 보니 법 위반 혐의를 인지하기 쉽지 않다"며 "과세 정보가 공유되면 상당 부분 사익편취 등을 적발하고 제재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안을 만든 기획재정부의 입장은 공정위와 사뭇 달랐다.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법이 해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법 개정은 공정위를 위해 하는 게 아니라 공익 목적 활용을 위해 예외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83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징금 중 식품위생법과 관련된 게 가장 많다"며 "부당한 영업을 통해 얻은 영업이익을 환수하기 위해선 과세 정보가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별건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야당과 재계 의견에 대해선 기재부 관계자는 "공정위와 국세청이 유권해석을 통해 합의할 일"이라면서 "다만 조사가 아니라 과징금 부과를 목적으로만 자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우려하는 제조원가, 인건비, 연구개발비 등 자료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국세청에는 공정위가 필요한 자료, 재계서 우려하는 자료가 있을지도 의문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빅데이터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왔다"며 "개인정보가 아닌 과세정보는 정부 간에 공유하는 게 산업활력, 공정경제에 도움되고 공익에 더 부합한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