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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 원장] ‘서민금융버스’는 오늘도 달린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경기도 가평군은 영화관 하나 없는 시골마을이었다. 학교운동장에서 무료영화를 상영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날이면 친구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운동장 중앙 구석에 작은 스크린과 영사기를 설치하면 남부럽지 않은 이동식 영화관이 완성됐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옹기종기 모여 영화를 보며 깔깔대는 소리가 온 마을에 퍼지는 듯 했다. 문화생활은 생각조차 할 수 없던 때에 누군가 시골의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찾아가는 영화관’은 그 시절 최고의 선물이었다.

영화관 없는 시골마을에 찾아가는 영화관이 있었듯 서민금융진흥원은 서민금융 상담이 필요하지만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찾아가는 서민금융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서금원에 기증한 버스를 활용해 생업에 바쁘거나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상담을 받기 어려운 지역을 주로 방문한다.

경기 광명시의 한 상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한 사례자의 이야기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그는 사업 운영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고민이 깊었다. 온라인을 쇼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장사는 잘 되지 않고, 과거에 저축은행 등에서 받은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부담이 컸다. 하지만 하루 장사로 먹고 살다보니 대출을 알아보기 위해 가게를 비우기도 힘들었다. 겨우 짬을 내 은행을 찾아가도 거절돼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런 그가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던 건 ‘찾아가는 서민금융 상담버스’ 덕분이었다. 그는 버스에서 상담사와 상담한 끝에 햇살론17을 이용했다. 이후엔 평소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던 다른 사장님들에게도 상담을 받으라고 입소문을 냈다. 그렇게 소개를 받아 상담을 받으러 온 5명의 고객들도 바로 그 자리에서 서민금융상품을 지원 받아 급한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올해 8월 찾아가는 서민금융 버스의 첫 방문지였던 경기 군포시에서 필자가 만난 한 남성은 우연히 버스에 들렀다가 채무상담을 받고 잊고 있던 휴면예금을 찾아 기쁜 마음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이처럼 서민금융 상담버스는 서민금융을 몰라서 이용하지 못했거나 상담을 받고 싶어도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와 멀리 떨어져있는 서민들을 위한 서비스다. 버스에는 서민금융 지원을 위한 시스템이 모두 갖춰져 있기 때문에 고객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맞춤대출서비스, 미소금융 등의 자금지원, 복지연계, 채무조정 등 분야별 전문 상담직원 3~4명이 상담하고, 지방자치단체나 고용복지플러스센터 등 유관기관의 제도 지원이 필요할 때는 연계상담을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서민들을 직접 찾아가 현장에서 상담하고 지원하다보니 서민금융지원제도를 몰랐던 분들에게는 제도를 알리는 효과도 있다. 찾아가는 서민금융 상담버스가 또 하나의 센터로서 그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다양한 지원제도와 서비스가 있어도 고객이 알지 못하거나 접근하기 힘들다면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접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서금원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늘리고 앱, 챗봇 등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려고 한다. 더불어 강원이나 전남지역처럼 지역이 넓어 통합지원센터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서민과 전통시장 상인들에게는 직접 찾아가 도움을 드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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