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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한빛의 현장에서]아트바젤, 서울보다 상하이가 가까운 이유

“오늘 저녁 참석 요청한 VIP모임만 40곳 정도네요. 이정도면 아트바젤 홍콩 때보다 많은 것 같은데요”

중국에서 미술관 관장을 지낸 한국 미술계인사는 상하이 아트위크의 현재를 이렇게 정리했다. 올해 상하이는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홍콩 아트바젤의 기틀을 닦은 매그너스 랜프류, 독일 에스더 쉬퍼 갤러리의 에스더 쉬퍼, 슈퍼 콜렉터 울리지그 부부, 프랑스 DSL 컬렉션 관계자 등 전세계 미술인들이 상하이에 모였다. 이들은 기간 내내 열리는 각종 미술관과 갤러리 오프닝, 프라이빗 디너, 콜렉터가 주최하는 모임에 참석해 상하이의 가능성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실 ‘상하이 아트위크’라는 단어는 자연스럽게 생겼다. 외신들은 슈퍼 콜렉터들이 개관한 롱미술관(2012), 유즈미술관(2014)을 비롯해 두 개의 아트페어(아트O21,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페어)가 2013년과 2014년에 나란히 출범하면서 이같은 단어가 생겼다고 추정한다. 특히, 올해엔 프랑스 현대미술관인 퐁피두 센터가 웨스트번드 미술관에 5년 프로젝트로 분관을 운영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이제 롱미술관, 유즈미술관, 웨스트번드미술관에 이어 석유비축창고를 개조한 탱크(TANK)미술관까지 들어서 예술특구로 상하이의 위용을 자랑한다. 정부주도의 사업이 결실을 맺어가는 모양새다.

상하이 웨스트번드 아트페어 2019 전경 [헤럴드DB]

세계적 수준의 미술관, 전세계 3위의 미술품을 거래하는 미술시장, 두터운 콜렉터 층. 상하이의 가능성은 늘 ‘최고’였다. 그러나 올해 이렇게 상하이가 뜨거운 이유는 ‘홍콩’ 때문이다. 정치상황 악화로 연일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자, 시장은 재빠르게 ‘2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 여전히 홍콩은 아시아 미술시장 1위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지만, 홍콩의 그 지위가 언제까지고 계속 되리란 보장이 없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더구나 중국정부는 해외미술품에 대한 세금을 최저 14%로 낮췄다. 수입품에 붙는 세금을 16%에서 13%로 낮췄고, 미술품 세금은 1%로 줄였다. 지난해 34%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파격적 수준이다.

그럼에도 상하이를 여전히 세계미술시장 플레이어들이 ‘간보는’이유는 검열과 자본통제가 꼽힌다. ‘퐁피두 센터X웨스트번드 미술관’의 개막전 ‘더 셰입 오브 타임(The Shape of Time)’에서는 총 4점의 작품이 교체됐다. 근대가 시작한 19세기부터 동시대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미술품으로 돌아보는 퐁피두 소장품 전임에도 중국정부의 검열을 피하지 못했다.

외신들은 “가장 규모가 큰 문화외교”라고 평하고는 있지만 검열문제에선 불편함을 감추지 못한다. 자본이 자유롭게 드나들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아시아 담당자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돈을 송금하는데 자본통제를 계속한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세금은 낮아졌지만 규정이 복잡하고 늘 바뀐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상하이를 대신해 서울은 가능성이 있을까. 매그너스 랜프류 등 해외 대형 아트페어를 꾸리는 관계자들이 코엑스와 대관일정을 놓고 접촉한 것을 보고 국내외에서 기대감도 커져있는 상태다. 홍콩과 상하이에 분점을 둔 한 갤러리 디렉터는 “서울도 괜찮긴 하지만, 과연 중국이나 일본 콜렉터들을 끌어들이만큼 매력적인지는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렇다. 한국 정부는 최근 개인들이 미술품을 경매회사나 화랑을 통해 양도해 얻은 소득을 사업소득으로 분류해 과세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위작거래를 막겠다고 호기롭게 시작한 미술품 유통법은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중이다. 올해 회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아시아 미술 중심도시가 눈 앞에 있는데도, 기회를 잡기는 난망하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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