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운자]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배우 윤정희의 동료인 원로배우 신영균(91) 씨가 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미 지난 2010년 500억 원 규모의 사유재산을 모교와 사회에 기부해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귀감을 보여준 신영균 씨의 두 번째 재산 환원 소식에 그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연예계 최고의 자산가로 알려진 신영균 씨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계 지원과 후배 육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겠다”며 재산 환원의 뜻을 밝혔다.
1928년 황해도의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신영균 씨는 서울대 출신의 잘나가는 치과의사이자 사업가로 배우로 다양한 삶의 궤적을 그려 나간 예술인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극단에 입단해 연기력을 쌓아가던 도중 어머니의 반대로 1955년 서울대 치과대학에 진학했다. 서울대에서 연극부를 창립해 연기를 이어 가던 중 6·25전쟁으로 인해 해군 군의관으로 복무하게 된다. 이후 대학 졸헙후 2년 후인 1958년 서울 회현동에 ‘동남치과’를 열면서 1960년 조긍하 감독의 제안으로 영화 ‘과부’로 충무로에 데뷔했다. 연극 무대서 다져진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신영균 씨는 이후 60여 년간 ‘연산군’, ‘5인의 해병’, ‘빨간마후라’, ‘미워도 다시 한 번’ 등 294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이후 1978년 영화 ‘화조’를 끝으로 충무로에서 은퇴했다.
영화 ‘화조’ 등 40여 편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윤정희 씨의 알츠하이머 투병 사실을 진작 알고 있었던 신영균 씨는 “참 아까운 사람”이라며 거듭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충무로의 바른생활 사나이’로 유명한 신영균 씨는 화려한 스크린 밖에서는 가장의 책임, 가정의 행복을 늘 1순위로 꼽았다. 그는 예술가 하면 으레 떠오르는 술과 담배를 일절하지 않았다. 여자와 도박도 멀리했다.
그가 연예계 자산가로 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1년에 20~30편씩 ‘겹치기 출연’으로 받은 출연료를 차곡차곡 모아 부동산 투자의 종자돈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60년대 초 이름난 빵집이었던 명보제과를 당시 600만원의 거금을 주고 매입한 신영균 씨. 그는 저축과 재투자를 통해 매입한 부동산을 거의 팔지 않았다. 매매차익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전 재산과 다름없는 부동산을 사회 기부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다름 아닌 아들의 권고 때문이다.
어느 날 그를 찾아온 부동산 개발업자는 명보극장을 500억 원에 팔라고 제안했다. 명보극장을 다른 용도로 개발하겠다는 말에 신영균 씨는 고민했다고 한다. 그때 아들이 영화계를 위해 기증하라고 그게 아버지가 영원히 사는 길이라고 권고해, 2010년 10월 명보극장과 제주 신영영화박물관 등 500억 원 규모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했다고 한다.
신영균 씨는 기부재산을 토대로 신영예술문화재단을 설립, 단편 영화제 및 젊은 영화인 육성 지원, 장학사업 등 예술문화 분야와 예술인재 양성사업에 기여하고 있다.
신영균 씨는 1968년부터 한국영화배우협회 회장,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예총회관 건립의 기초를 마련하고 국내 단체로는 처음으로 의료보험조합도 설립했다. 1987년 국민훈장 동백장 수상, 2010년 제30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공로영화인상, 2011년 대한민국 대중문화 예술상 은관문화훈장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