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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문턱’ 못 넘자…개혁입법, 우회로 찾는 정부
‘일감몰아주기’ 행정법령으로 규제
“국회 입법체계 무너뜨려” 지적도

개혁 입법이 국회 문턱에서 막히자 정부가 시행령, 행정규칙 등을 통한 우회로를 찾고 있다. 하지만 꼬리가 몸통을 흔들듯 자의적인 행정 법령이 국회 입법 취지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11일 관계부처와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중 일감몰아주기 심사지침을 최종 확정, 입법예고에 들어갈 예정이다. 행정지도에 불과한 ‘총수 일가 사익편취 금지규정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해 법규성이 있는 예규로 상향 제정하겠다는 취지다.

법적 제재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재계에선 “법망이 지나치게 촘촘해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이 제3자를 매개로 간접적으로 총수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줘도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상위법인 공정거래법에 대기업과 총수 일가, 그 계열사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을 뿐 제3자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제3자를 처벌하는 것은 아니”라며 간접적인 지원도 제재할 수 있다는 기존 심결례·판례 등을 반영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공정위는 법 개정을 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38년 만에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마련하는 등 입법을 위해 노력했지만 국회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자 차선책을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 31일 만든 ‘특약매입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지침’도 마찬가지다. 대규모유통업법에서 백화점이 판촉 행사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요건으로 ‘자발성’, ‘차별성’ 등을 명시하고 있다. 공정위는 심사지침을 통해 이 예외 요건을 엄격히 심사키로 했다.

백화점, 아울렛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앞으로 세일 행사를 할 때 판촉 비용의 50% 이상을 부담해야 하자 크게 반발했다.

이 밖에 모범규준과 스튜어드십 코드 등 연성규범을 도입하기도 했다. 지난 5월 공정위는 장기점포의 안정적 계약갱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을 20년까지 연장하거나 무기한 연장하는 법안이 국회에 마련돼 있지만 공정위는 언제까지 법 통과를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기획재정부는 8년째 국회서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대체할 방안을 고민 중이다. 지난달에는 서비스산업 혁신기획단을 만들어 법 취지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산업 육성·지원시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가 사회 현상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문가 집단인 행정부가 직접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모양새다. 시대를 발빠르게 쫓으면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의 기관인 국회를 거치지 않으면서 행정부의 자의적인 법 집행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시행령·규칙 등 행정입법에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담아 몸집이 커진 문제도 있다. 정경수 기자/k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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