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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수 적어진 신동빈…고민 깊은 롯데
홈쇼핑 빼고 전계열사 실적부진
세대교체·구조조정등 빨라질 듯

“……”

신동빈〈사진〉 롯데지주 회장이 부쩍 말수가 줄었다. 지난해 경영복귀 이후 집요한 질문으로 계열사 사장들을 긴장시키며 광폭 행보를 보였던 신 회장이 최근 들어선 묵묵히 듣고만 있다고 한다. 이에 회의 분위기도 더욱 무거워졌다고 한다. 그만큼 신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신 회장의 침묵 속에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전계열사에 비상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주문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홈쇼핑외 전계열사 실적부진=신 회장의 고민은 롯데쇼핑의 실적을 보면 고스란히 드러난다. 롯데쇼핑 3분기 실적을 보면, 유통 계열사 중 비중이 5% 내외인 홈쇼핑만 선전했을 뿐 나머지 94% 이상을 차지하는 다른 계열사들은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하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드는 등 역신장을 했다. 하이마트는 전체 매출액의 20%를 차지하는 에어컨 매출이 반토막 나면서 매출은 11.6% 줄어든 9840억원, 영업이익은 48.4% 급감한 33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마트도 일본 불매운동 여파 및 점포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6%와 61.5% 감소했다. 롯데쇼핑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하이마트와 롯데마트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다 보니 전체 유통 BU(사업부문) 영업이익이 좋을리 만무하다.

여기에 그간 선전했던 백화점 역시 기존점 매출이 4.3% 줄면서 주춤했다. 전체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줄어든 7320억원에 불과했다. 다행히 지난 5월 롯데인천개발 지분 매입으로 인천터미널점의 영업이익 90억원이 추가돼 영업이익이 16.8% 늘었을 뿐이다. 하지만 유통 BU 전체는 과점주주 간주 취득세(330억원) 탓에 영업이익이 대폭 줄었다.

더욱 뼈아픈 것은 기타 사업부문의 부진이다. 기타 사업부문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Digital Transformation)’의 핵심 축인 e커머스 사업본부가 포함된 계정이다. 롯데의 e커머스 사업본부는 신 회장이 올해 초 “그룹 전반에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이뤄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하며, 12조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지는 부문이다. 덕분에 온라인 거래액은 대폭 늘었지만 기타 사업부문 전체의 영업 손실은 3분기에만 720억원을 기록했다.

▶세대교체·구조조정 속도 빨라지나=롯데 계열사 관계자는 “최근 신 회장의 고민은 그룹의 주축 중 하나인 유통 부문이 쇼핑 패러다임의 변화와 소비침체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연관이 있다”며 “이에 올 연말 그룹 인사도 당초 예상보다 광폭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후 인사 원칙으로 ‘성과주의’를 내세운 점도 올 연말 인사에서 세대 교체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이와 함께 실적이 부진한 오프라인 점포의 구조조정 속도도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미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롯데슈퍼는 폐점 및 리뉴얼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551점이었던 롯데슈퍼는 9월 말 현재 533점으로 18개가 줄었다.

이와 함께 지난 7월부터는 지방 대도시 위주로 10개점의 M/D(상품 구성)를 개편 중이다. 온라인 배송의 핵심인 프레시센터가 없는 지역은 기존점에 온라인 전용 상품존을 구성하는 등 온라인 거점화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포 리뉴얼을 진행 중이다. 의류·취미 등 판매 부진 카테고리 매장을 식당이나 체험공간 등으로 진행해 직영매장 일부를 임대매장으로 전환 중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옴니 쇼핑 채널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익성 악화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여기에 내수경기 하락과 반일 불매운동 등 악재가 겹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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