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7일 동료 선원 16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북한 주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추방했다. 그동안 북한 주민을 퇴거 형식으로 쫓아낸 적은 있지만 흉악범죄를 이유로 판문점을 통해 추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정부는 7일 동료선원 16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북한 주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정부가 그동안 북한 주민을 상대로 퇴거 조치를 취한 적은 있지만 반인륜적 흉악범죄자라는 이유로 판문점을 통해 추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월선해 우리 해군에 나포된 뒤 한때 귀순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나 정부는 조사 결과 이들의 범죄행위가 의심의 여지없이 명확하고 귀순의사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는 동해상에서 지난 2일 나포한 북한 주민 2명을 오늘 오후 3시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우리 측 관계당국은 지난 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해상에서 북한 주민 2명을 나포해 합동조사를 실시했다”며 “이들은 20대 남성으로 동해상에서 조업중인 오징어잡이 배에서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오징어잡이 선박은 17t규모로 지난 8월 중순 김책항을 출발해 두달여 간 조업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추방된 북한 주민 2명은 선박에 타고 있던 다른 1명과 함께 지난 10월말께 범행을 감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은 “오징어잡이 중 선장의 가혹행위 때문에 3명이 공모해 선장을 살해했다”며 “이후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나머지 승선원 15명을 살해하고 도주 목적으로 김책항에 재입항했다가 공범 중 1명이 체포되는 것을 목격하고 다시 도주해서 해상으로 남하했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선장의 가혹행위 때문에 3명이 공모해 선장을 살해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선원들이 반발해 살해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선장에 대한 불만과 가혹행위에 대한 보복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에 따르면, 이들은 10월말께 선상에서 둔기로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잔인하고 흉악한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도 남측에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했다. 북한도 다른 공범 1명이 김책항에서 이미 체포된 만큼 이번 사안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들은 우리 해군에 단속된 뒤 귀순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정부는 정상적인 귀순의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가 이 같은 판단을 내린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이들은 범행 뒤 애초 자강도로 도망하기로 계획하고 실제 김책항 인근으로 이동했다가 1명이 체포됐다. 특히 이번에 추방된 2명중 1명은 ‘일단 돌아가자, 죽더라도 조국에서 죽자고 합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들은 남하 과정에서 지난 1~2일 우리 해군과 조우했을 때 통제에 불응하고 경고사격에도 불구하고 도주를 시도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해군에 제압당한 뒤에야 귀순의사를 표명했지만 진술에 일관성도 없었다.

정부는 결국 이들이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대상이 아니며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으로도 난민 인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매뉴얼에 따라 귀순의사 확인과정을 거치는데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여러 정황 때문에 귀순의사의 진정성을 인정하기보다는 범죄 후 도피로 보는 게 적정하겠다고 판단했다”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지난 5일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한 측에 추방의사를 전달했고 북한은 이튿날인 6일 인수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해 이날 추방이 이뤄졌다. 애초 정부는 이들이 탑승했던 오징어잡이 선박도 이날 돌려보낼 계획이었으나 기상상태를 고려해 8일 NLL 선상에서 북한 측에 인계하기로 했다.

한편 선박에서 피해자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통상 선박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경우 관련 증거는 바다로 유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