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당 10.5원…연구용역 따라 추가정산 실시
“소주 이형병 확산 조짐…비용 재산출 불가피”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소주 공병 반환을 둘러싼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의 갈등이 해소될 조짐이다. 롯데주류가 자사 ‘청하’의 반환수수료와 같은 병당 10.5원에 ‘진로이즈백’(이하 진로) 공병을 하이트진로에 반환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환경부가 양사에 발송한 이행 합의서를 각사가 이르면 이번주 내 서명해 제출하기로 하면서 그간 공방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7일 환경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지난 4일 환경부 중재 아래 실무진이 만나 진로 공병 반환에 대해 최종 합의했다. 이 자리에서 하이트진로는 병당 10.5원을 롯데주류에 지급하되, 향후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가 내놓을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추가 정산을 실시하기로 했다.
현재는 이행 합의서 서명만 남겨둔 상태다. 제출 기한을 못박은 것은 아니지만, 환경부와 양사 모두 이번 사안을 조속히 마무리짓고 싶어하는 만큼 양사는 합의서를 이르면 8일께 환경부 측으로 발송할 것으로 보인다.
진로이즈백 진열 모습 [제공=하이트진로] |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관계자는 “공병 회수에 대한 부분은 합의가 됐고 비용적인 부분도 당초에 자발적 협약 당시 병당 회수비용(10.5원)을 그대로 반환하되 추후 용역 결과에 따라 정산키로 했다”며 “이번주 금요일쯤, 늦어도 며칠 내로 합의서 서명과 제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양사는 각각 “합의서를 최종적으로 내부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소주회사들은 지난 2009년 자율협약을 맺고 동일 디자인의 360㎖ 초록색병을 공통으로 사용해왔다. 자원 및 비용 절감 등을 위해 공병 재사용이 용이하도록 한 것이다. 소주병 제조 비용은 병당 150원 수준으로, 공병을 재사용하면 100원 가량 원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양사의 ‘공병 전쟁’은 하이트진로가 지난 4월 뉴트로(새로운 복고) 제품 진로를 내놓으며 촉발됐다. 일반 소주병과 달리 푸른빛의 투명병을 사용해 문제가 된 것이다. 하이트진로가 이형병(다른 모양의 병)을 들고나오자 롯데주류는 공용병 사용 자율협약을 어긴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이트진로가 청하와 동일한 10.5원의 반환수수료를 제시했지만, 롯데주류는 “청하는 청주이기 때문에 자율규약 대상이 아닐 뿐더러 진로 공병이 훨씬 많기 때문에 비용을 더 내야 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같은 공방이 오가는 동안 진로 공병은 무더기 방치된 채 쌓여가고 있다. 현재 롯데주류 강릉공장 등에 쌓인 진로 공병은 약 420만개에 달한다. 전체 판매량의 20%가 넘는 수준이다.
뒤늦게 환경부가 중재에 나섰으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다. 이에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도 사태를 지적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커지자,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최근 조속한 문제 해결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도 소주 1, 2위 업체의 자존심 싸움 형국이 된 갈등 상황에 부담이 있고 피로도도 높아지면서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진로 인기에 무학도 투명병 소주를 내놓는 등 기존 자율규약이 흔들리고 있어, 환경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적정 수준의 반환수수료를 다시 책정키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적용 중인 공병 회수비용 자체가 오래 전에 산출된 것이다보니 실제 비용과 차이가 있다”며 “현재 적정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또 이형병이 확산됐을 때 사회적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포함해 연구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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