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이 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은 6일 "언제든 의원직도 내려놓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제 결심과 앞으로 당 노력으로도 국민 마음을 얻는데 부족하거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강행 처리 등 불행한 상황이 생긴다면 그런 준비가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의원은 "지금 우리 당은 (국민의)답답함과 절박함을 담을 그릇의 크기가 되지 못한다. 유연성과 확장성도 부족하다"며 "그 공간을 만들려면 우리 스스로 자리를 비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이 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고 있다. [연합]

그는 "당 지도부는 지지층에 안주하지 말고 우리 당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중도 개혁층의 마음을 끌어들이도록 쇄신과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며 "기존 생각 틀과 인맥을 깨고, 완전히 열린 마음으로 당을 이끌 때"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연대를 포함한 보수 대통합 행보도 본격화해야 한다"며 "더 많은 국민, 청년과 여성을 포함한 다양한 국민이 당과 함께 갈 수 있도록 가진 것은 내려놓고 가시밭길은 앞장 서 나갈 때"라고도 했다.

유 의원은 "지금 우리 당에 필요한 건 내가 당선돼 한 석을 더하는 일보다 내가 희생해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그 길을 가는 것"이라며 "당을 위한 길이며, 지금 같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체성, 헌법 가치를 길"이라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외연을 확장하고 사람을 품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당에 취약한 중도개혁 지지층을 얻기 위한 더 큰 혁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유 의원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우리 모두 가진 것을 내려놓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다음 총선 불출마 뜻을 밝힌 바 있다. 다만 한국당 현역 의원이 공식 석상에서 공개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 의원은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지냈다. 그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을 들춰 주목을 받았다. 감사원은 최근 유 의원이 제기한 의혹에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상황이다.

유 의원을 시작으로 한국당 내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당 관계자는 "유 의원 외에 총선 불출마를 고심하는 의원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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