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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카카오-네이버의 ‘오컴의 면도날’

“연예인들이 혼자 사는 프로그램에서 개만 키워서 그렇지”

지난 5일 포털 다음 내 한 경제 뉴스에 달린 댓글이다. 낮은 출산율과 젊은층의 인구 감소를 다룬 경제 기사에 엉뚱하게도 댓글의 화살은 연예인에게 돌아갔다.

카카오는 지난달 31일부터 연예 뉴스의 댓글을 폐지했다. 연예기사에 달리는 ‘악플(악성댓글)’이 비생산적일뿐만 아니라 도를 넘었다는 사회적 차원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연예 기사에서 활개를 치던 ‘검은’ 손가락들은 경제, 정치, 사회 뉴스로 무대를 바꿨다. 기사의 맥락과 동떨어진 악플의 고리까진 끊어내지 못했다. 여전히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카카오의 ‘결단’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는 연예 뉴스 댓글 폐지를 시작으로 인물과 관련된 연관 검색어도 연내 폐지키로 했다.

최근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실시간 검색어도 폐지했다. 우선적으로 카카오톡 내 샵탭의 실시간 검색어에 한해서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대체로 카카오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며 우호적인 평가가 더 많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개선책을 발표하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기업의 이익 뿐 아니라 (포털이)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고 사회적 소명을 다해야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클릭수, 수익성을 무시할 수 없는 플랫폼 기업 경영진으로서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간담회 내내 ‘사명감’, ‘역할’ 등의 단어가 계속해서 반복됐던 것도 이같은 고민의 연장선일 것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개편은 한마디로 ‘복잡’하다. 실시간 검색어를 연령대별, 관심사별로 다르게 표시키로 했다. “더욱 다양한 관점의 이용자들이 보여주는 관심과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게 네이버의 설명이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의 ‘신뢰도’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광고성 키워드 문제에 대해서는 노출 정도를 이용자가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이벤트·할인정보는 누군가에게는 불필요한 정보지만 누군가에게는 생활 정보다”는 게 이유다.

“(상업적 키워드가) 실검 자체의 근본적인 취지와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다”고 일축, 일찌감치 알고리즘으로 상업적 키워드를 걸러냈던 카카오의 입장과는 명확히 구분된다.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불필요한 가설을 면도날로 잘라내고 논리를 간소화하는 것이 진리에 가깝다”는 말이 있다. 경제학, 논리학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이른바 ‘오컴의 면도날’ 법칙이다.

포털 양사의 개편안에 이 법칙을 빗대어보면, 네이버보다 카카오의 칼날이 더 날렵해보인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없애겠다”는 카카오의 ‘정면돌파’가 더 명확하게 다가온다. 반면 네이버의 칼날은 뭉툭하다. 구구절절한 설명은 사족으로 들리고, 이용자들의 머릿속에는 “변화를 최소화하겠다. 실검은 폐지하지 않겠다”는 내용만 남는다.

네이버는 여전히 국내 포털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지키고 있는 기업이다. ‘네이버로의 쏠림이 지나치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인 국내 포털 구조에서 네이버는 그저 단순한 플랫폼의 하나가 아니다.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간과해서는 안될 만큼 네이버는 크고 막강하다.

그래서 실검-댓글 개편을 위한 네이버의 칼날이 뭉툭한 것이 혹시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차원에서 나온 것인지 우려스렵다.

네이버는 이미 공백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꽉 채워져있다. 없는게 없고, 안되는 게 없을 만큼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졌다.

몸이 무거워졌다고 생각까지 무거워져서는 안된다. 4차산업시대, 1분 1초를 다투는 속도경쟁은 기술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포털의 사회적 책무와 영향력에 대한 경영진의 생각도 빠른 변화가 필요할 때라는 것 잊지 말아야한다.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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