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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제로페이 쓰니 공무원이냐고 묻네요”

오늘날 굳이 지갑에 현금을 가득 채워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여전히 현금이 많이 사용되는 장소는 재래시장과 길거리 노점상으로 제한적이며 용돈과 경조사비 용도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간편결제서비스까지 확산되면서 실물 카드조차 가지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진 모습이다. 스마트폰이 지갑의 역할마저 대체하게 된 것으로 향후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고자 출시된 제로페이의 경우 사용 실적이 부진해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이에 서울시는 여전히 자리 잡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서울시의회가 ‘2019년도 서울시 및 교육청 주요 시책사업 분석평가 보고서’를 통해 서울시 등이 추진하는 사업 가운데 주요사업을 선정해 사업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분석해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제로페이 결제시스템 도입 및 소비자 이용 활성화’사업의 2019년 직접예산액은 38억6700만원이나 2018~2019년 추경예산 및 특별교부금을 포함한 누적 총 예산은 132억원으로 제로페이 서비스 개시 이후 가맹점이 많이 확대되고 거래규모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나 올해 8월말 현재 당초 서울시정 4개년 계획에서 목표했던 2019년 목표액 대비 사용실적이 0.28%에 불과했고 올 8월말까지 서울시내 제로페이 사용액 239억원의 3분의 1이 업무용 제로페이와 직원 복지포인트 사용액이라는 점에서 성과가 미흡해 제로페이 효과성 등에 대한 외부기관의 성과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등 성과평가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제로페이 가맹점 가입수는 9월말 기준 16만3936곳으로 올해 1월보다 4배나 급등했다. 하지만 월별 신규 가입으로 따져보면 올 1월 2만5424곳에서 3월 4만333곳, 4월 5만826곳까지 신규 가입이 늘어났지만 6월 이후 2만여개로 다시 신규 가입이 빠지는 모양세다.

여기에 제로페이 시행 이후 지출된 광고비 현황을 살펴보면 2018년 20억2000만원이 사용됐으며 올해 7월까지 22억9200만원으로 지난해 사용한 광고비를 이미 넘어섰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40대 한모 씨는 “서울시청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모처럼 제로페이로 결제를 했더니 사장님이 시청 사람이냐고 물었다”며 “여기 주변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사람은 대부분이 공무원이라고 귀뜸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청으로 넘어와야 그나마 주변에서 제로페이 홍보물을 볼 수 있었다”며 “쓰여진 광고비에 비해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것 같아 자칫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현금보다는 신용카드와 간편결제시스템을 더 편리한 결제수단으로 느끼는 만큼 현금 없는 사회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실제로 이미 카카오페이 등의 간편결제시스템이 편리하게 사용되고 있고 현금이 없어도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현금보다 신용카드와 스마트폰을 통한 결제가 글로벌 한 흐름이라며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우리 일상에 자리 잡은 신용카드를 대체하기 위해선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제로페이가 없어도 다른 결제수단이 충분히 많다. 이제는 제로페이 역시 인위적으로 가맹점 수를 늘리는 것보다 시민들이 제로페이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줘야 한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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