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분배 악화일로…소비절벽 악순환 불러
노동유연성 확대·규제 혁신으로 고용 창출
기업경영 활력 회복해야 질 좋은 일자리↑
우리경제가 저성장·저물가·저금리의 3저(低)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보다 과감한 정책 전환으로 이를 극복할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의 재건과 추진력이 요구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 수출규제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비정규직 제로(0)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청년 알바와 노인 단기일자리가 확대되면서 오히려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정규직은 줄어드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 수십조원의 재정을 투입한 대가가 결국 ‘비정규직 폭증’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양·질 모두에서 두마리 토끼를 다 놓치면서 ‘소득·소비절벽’을 불러와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와 0%대를 오가며 OECD 최저수준을 기록하면서 우리 경제를 더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4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비정규직은 전년 대비 86만7000명 증가한 748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연간 비정규직 증가 규모가 1만~3만명 안팎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증가 폭은 ‘고용 참사’에 가깝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는 193만8000명으로 지난해 8월보다 28만9000명이 늘어났다. 60세 이상이 전체 비정규직의 25.9%로 네명 중 한명 꼴이다. 20대 비정규직도 136만2000명으로 1년만에 23만8000명이나 늘었다.
산업별로 청년들의 취업 비중이 높은 제조업과 숙박·음식점업에서 비정규직이 각각 17만5000명, 11만6000명 늘어났다. 경직적인 노동시장에 기업들이 정규직 신규 채용을 꺼리면서 사회에 진입하는 20대 청년 상당수가 기간제·시간제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는 일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60세 이상 비정규직 증가도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들어낸 노인 단기 일자리 영향으로 보인다. 정부 재정사업이 많은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의 비정규직이 97만8000명에 달하는 것만 봐도 바로 드러난다.
비정규직의 증가는 정규직 감소로 이어져 정규직 근로자 수는 1307만8000명으로 전년(1343만1000명)보다 35만3000명이나 줄었다. 정규직의 감소는 15년 만에 처음이다. 정규직이 많은 제조업 일자리가 18개월 연속 감소했고, 기업의 중심 역할을 하는 30~40대 일자리도 24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주 36시간 이상 일하는 풀타임 일자리는 2년 새 무려 118만개나 사라졌다.
이런 가운데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2004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도 올해 6~8월 비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172만9000원으로 정규직(316만5000원)보다 143만6000원 적었다. 지난해 임금 격차(136만5000원)보다 7만1000원 더 벌어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평균 근속 기간 차이도 5년 5개월로 작년보다 3개월 더 커졌다.
‘일자리 최우선’을 외치면서 일자리 창출에 올해 23조원 등 3년간 61조원을 쏟아부은 대가가 비정규직 폭증으로 돌아오면서 정부는 일자리의 양과 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고 있다.
기업들이 정규직 신규채용을 꺼리는 것은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이다. 현 정부들어 친노동 정책을 한층 강화하면서 올해 세계경제포럼(WEF) 평가에서 한국의 고용경직성과 임금경직성은 각각 102위와 84위로 악화됐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비정규직 비중이 낮은 나라들은 대부분 고용유연성이 확보돼 쉽게 채용하고 쉽게 해고할 수 있다”며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해야 기업의 경영활동에 활력이 돌고 질 좋은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우 기자/dew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