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82년생 김지영’ 공유 “화목한 가정에서도 있는 일이라 더 짠해”

-“하고싶은 영화 하는데 무슨 용기가 필요한가요”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10월 23일 개봉한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이 10월 31일 기준 181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달 30일까지 166만여명을 불러모아 이미 손익분기점(160만명)을 넘긴 상태다.

‘82년생 김지영’은 여성 편향적인 작품이 아니다. 이 영화를 놓고 남녀가 싸우거나 ‘젠더 갈등’에 초점을 맞추는 건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그것은 김지영(정유미)의 남편인 대현(공유)만 봐도 안다. 대현은 지영이 순간적으로 다른 사람이 되는 ‘빙의’라는 정신질환에 걸린 걸 알아채고, 전전긍긍하다 아내를 위해 육아휴직을 할 계획을 세운다. 대현의 육아휴직은 비록 지영 시어머니의 반대 등으로 실현되지 못했지만, 대현은 아내를 도와주려는 마음은 가지고 있다. 다만, 그것이 속시원하게 해결되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이고 의식적인 면에 기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영이가 얻은 ‘빙의’라는 정신질환만 해도 스트레스에서 생겼다면, 그 스트레스의 내용도 관행과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되어지는 가족적이거나 사회적인 구조 탓이 클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가족구조와 사회구조를 기능적으로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대현을 연기한 배우 공유의 입장을 들어봤다.

“대현이 아내가 아프다는 것 알고, ‘나한테 잘못 시집온 것 같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눈치가 없는 대현의 모습이 분명 있다. 아내를 답답하게 하는 대현을 관객이 캐치하기 바란다. 이런 대현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게 중요했다. 내가 대현이라면? 착하고 스윗하고 너무 모범적이다. 그런데 왜 불만? 이렇게 되기를 원했다. 만약 대현이가 덜 모범적이고 무심했다면 아내가 아픈 걸 알고 좋은 남편으로 변신하는 장면이 신파적이며, 현실적이지 못했을 거다. 그렇게 됐다면 대현은 영화에서 단순히 소모되는 캐릭터였을 것이다. 내 역할은 그런 점에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그런데 공유는 실제 이 영화에 얼마만큼 공감하며 연기에 임했을까? 영화는 원작 소설보다 공유가 맡은 남편 대현의 비중이 조금 더 커졌다.

“이전 영화들은 장르적으로 끌렸을텐데, 이번 영화에서는 내가 대현이라면 가정하면서, 이에 이끌려 선택했다. 그리고 영화속 이야기에 대부분 공감한다.”

공유는 영화속 이야기에 공감하고 대현이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껴 작품을 선택했지만, 주변의 상황은 캐스팅 단계부터 녹녹치 않았다. 왜 굳이 그런 영화에 출연하냐는 반응과 논란이 없지 않았다.

“사실 그런 논란에 동의했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배우로서는 중립적인 포지션을 취하면 연기할때 좋을 수가 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건 위험하다. 어느 것이 맞고 틀리는지는 그들이 판단할 문제다. 그렇게 논란이 될 수 있겠다고 이해하는 입장이다. 그런 시선은 이해하지만, 나는 내가 연기하고 싶으면 한다. 내가 하고싶은 영화를 내가 한다는데, 무슨 용기가 필요한가? 나이가 들어도 그렇게 연기하고싶다. 지금까지 19년간 연기를 했는데, 하고 싶은 작품 하면서 순리대로 가고싶다. 물론 주위에서 왜 이런 영화를 택했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심플했다.”

결국 공유는 이번 영화에 출연했던 이유에 대한 당위성을 가장 많이 설파한 셈이 됐다.

“‘도깨비’ 이후 지쳤기도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관객에게 던지는 게 많은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 이전에는 화제작이라면 타이틀 롤을 했겠지만, 점점 제 성향이 많이 반영된다. 내가 보고싶은 영화,그런 나의 성향이 작품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엔터테인먼트적 시각과는 다른 저의 성향이 있다. 엔터적으로 보면 다소 심심한 얘기일 수 있지만, 그런 영화에서 내 모습을 보는 게 좋다.”

김도영 감독과의 작업이 좋았음도 전했다. “감독님은 연극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항상 배우가 서는 공간에 서보시더라. 감독님은 내가 불편해 하는 걸 못 보신다. 그만큼 예민하게 바라보는 분이다. 저희는 카메라 앞에 혼자 선다. 스태프는 그 앞에 많이 서있다. 배우는 외롭고 두려우면서 희열을 느끼는 직업인데, 감독님은 배우에게 따뜻한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감독님은 사람으로서 열려있는 사람이다.”

공유는 “이 영화가 겉으로 화목한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서 더 무섭고, 더 짠하고 크게 와닿는다”고 했다. 이어 총각인 공유는 “애당초 결혼에 대한 환상은 없다. 결혼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이 영화를 만났다”고 전했다.

/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