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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위기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에게 미래는 없다
특강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은 필자인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왼쪽〉과 최열 환경재단 대표

지난달 31일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의 초청으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세계적인 석학 제래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의 방한 초청강연에 초대돼 ‘대변동’ 시대의 위기 극복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그는 국가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위기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직한 태도로 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선택적 변화를 해야만 위기가 극복될 수 있다며 일본 등 여러 나라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19세기 개국에 대한 한일 양국의 대응과정과 그 이후 역사의 흐름을 보면 다이아몬드 교수의 통찰을 실감할 수 있다.

국가의 위기 극복 방식에 대해 강의하는 재래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

19세기 중반 조선과 일본에 개항을 요구하는 미국 함선 두척이 나타났다. 이국 함대를 대하는 방식이나 개항의 과정은 그후 두 나라의 운명을 갈랐다.

1853년 7월 8일 일본 에도만에 미국 페리제독이 이끄는 군함 4척이 나타났다. 당시 쇄국정책을 펴던 막부는 고심 끝에 이듬해인 1854년 미일화친조약을 맺고 개항을 하게 된다. 흑선의 출현에 위기를 느끼고 개항이라는 선택적 변화를 통해 부국강병을 이룬 것이다.

1866년 8월 평양 대동강에 미국의 상선 제너럴셔먼호가 나타나 통상을 요구했다. 조선 정부는 배를 불태우고 선원들을 죽이며 개항을 거부했다. 위기를 인정하지 않고 선택적 변화를 거부한 채 망국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그 뒤 서양의 강제 개항 방식을 모방한 일본이 1875년 운요호사건을 일으키면서 조선은 굴욕적인 강제 개항을 하게 된다.

19세기 조선과 일본의 개항과정을 비교하면 지도자들의 정세인식과 대응이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게 된다는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에 처해 있다. 산업의 동력은 꺼져가고 신성장 동력은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국가발전의 중추인 산업기술은 삼성의 반도체 빼고 모두 중국에 따라잡혔다.

남북관계와 국제관계 모두 위태롭다. 저출산과 초고령사회에 대한 대응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국민은 좌우로 분열해 광장에서 싸우고 있다.

다이아몬드 교수의 ‘위기 극복 패러다임’을 적용해 보면 한국 정치지도자들은 위기를 인정하지 않고 선택적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19세기 조선이 갔던 어리석은 길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지도자들은 당장 정쟁을 멈추고 다이아몬드 교수의 가르침에 귀 기울여야 한다. 서양 열강의 침략 앞에서 권력투쟁으로 날밤을 샜던 흥선대원군과 민비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국민, 위기를 인정하지 않는 지도자에게 미래는 없다.

▶필자 :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와 일본 시즈오카현립대, 중국 칭화대에서 동북아시아 국제관계를 연구하고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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