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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KDI는 “수요부진”…정부는 여전히 “공급물가 하락 탓”
기재부 ‘10월 소비자물가동향’
“농산물값 기저효과 물가 0.37%P↓”
무상급식 등 가계부담 감소 영향
KDI, 수요 충격 강하게 작용 시사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이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통계청 집계 결과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46(2015년=100)으로 1년 전과 같았으며, 소수점 세째자리까지 보면 플러스를 보였다. [연합]

정부는 공급 측, 정책적 요인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저물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입장을 재차 유지했다. 외부에서 제기되는 수요 부진 요인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안이한 인식을 고집해선 안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1일 ‘10월 소비자물가동향’ 참고자료를 통해 “지난해 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지속되고 있다”며 “그동안 물가상승률을 낮추는데 크게 작용하였던 농산물 가격 하락세가 완화되면서 물가상승률이 보합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이요인이 완화되는 연말부터는 물가상승률이 0%중반대로 회복될 전망”이라고 봤다.

구체적인 근거도 함께 제시했다. 양호한 기후 여건에 따른 농산물 가격의 기저효과가 물가상승률을 0.37%포인트 하락시켰다는 것이다. 아울러 석유류 가격 하락에 따라 물가상승률의 하락 효과가 0.37%포인트를 기록했다고 제시했다.

이 밖에 건강보험 적용 확대, 무상급식, 하반기부터 시행된 고교 3학년 무상교육 등 복지정책 확대로 가계의 부담이 감소됐고, 이는 물가를 0.22%포인트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러한 공급 측, 정책적 요인이 물가 상승 요인을 상쇄시켰다는 분석이다. 다른 수요 부진에 따른 효과는 전혀 없었다고 봤다. 기재부는 이러한 판단을 최근 몇 달간 고수하고 있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도 “서비스나 공업제품의 물가상승률이 낮다고 해서 수요 부진이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며 “최근 가격 하락 중인 생선회, TV 등은 생산량, 대체제 증가, 생산비용 감소 등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부의 시각은 다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28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복지 정책이나 특정 품목이 주도했다기보다 다수 품목에서 물가가 낮아지며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정부 복지정책의 영향이 배제된 민간소비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올 상반기 0.5%로 축소됐고, 생산자물가 상승률(1~9월)이 0.0%에 그친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어 “공급 충격이 (물가 하락을) 주도한 경우에는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 반대 방향으로, 수요 충격이 주도한 경우에는 같은 방향으로 각각 변동한다”며 “올해 물가와 성장률이 모두 하락한 것은 공급보다는 수요 충격이 더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달 1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공급 측 충격이 사라지더라도 낮은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 등으로 저물가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정책당국은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으로 저물가·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통계 지표 곳곳에서 저물가 원인을 공급 측면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지난달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6% 상승하는 데 그쳤다. 1월~10월 전년 누계비 상승률은 0.8%에 불과했다. 1999년 같은 기간 0.3% 하락한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에서 국제유가, 농산물 값 등 예측이 어려운 공급 측 요인을 뺀 근원물가는 수요 측면에서 기조적인 물가 추세를 살펴볼 수 있는 수치다.

정부의 안이한 인식을 지적하며 객관적으로 저물가 현상을 바라보고 대처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공급 측 요인이 일시적 요인일 뿐 정부는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근원물가를 주목해서 봐야 한다”며 “성장률 하락에 따라 소득이 증가 못하고 소비 감소까지 이어지는 현실을 물가 추이와 함께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경수 기자/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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