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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자사고 폐지를 가리켰는데 강남부동산을 보는 이유

“달을 가리켰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 불교에서 나왔지만 일반인들도 흔히 쓰는 말이다. 본질을 보지 못하고, 각론에 치중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만약 진짜 그 손가락이 달을 가리키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방향성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정부가 대입 정시확대, 자사고·외고 폐지를 추진 중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의 입시부정 의혹에 따른 공정성 문제가 발단이다. 조국의 ‘나비효과’라고 할만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강남 부동산을 쳐다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시확대는 수능점수 위주의 입학이다. 사교육이 중요하고, 관련된 교육환경이 잘 갖춰진 강남을 찾을 수밖에 없다. 수험생을 둔 부모라면 인지상정이다. 국민들의 머릿속엔 정부가 가리킨 손가락 끝에는 입시정상화가 아니라 강남 부동산 상승이 있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11월 9일, 임기반환점을 도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집값잡기’다. 핵심은 서울 강남집값이다. 강남에 집을 못사도록 대출을 옥죄였다. 재건축 규제 강화로 공급도 줄였다. 조만간 적용지역이 나올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대표적 규제 중 하나다. 규제를 펼칠수록 역설적으로 강남집값은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9% 상승했다. 강남4구로 불리는 송파(0.13%)·서초(0.12%)·강남(0.10%)·강동구(0.10%)의 상승폭은 더 컸다.

시중에 떠도는 돈은 투자처의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다. 수요를 억눌러도 강남 입성자들은 늘 대기하고 있다. 3기 신도시 공급계획을 발표해도 눈을 돌리지 않는다. 방탄소년단(BTS) 공연 티켓을 원하는데 인기가 떨어지는 다른 가수 티켓을 아무리 사라고 해도 팬들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주거와 교육환경, 도시 인프라가 좋은 강남에 살고 싶은데, 신도시가 성에 찰리가 없다.

재건축 규제로 공급이 실제로 줄고, 분양가 상한제 실시로 공급이 더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하니 수요자들은 마음이 더 급해졌다. 부동산은 심리인데, 매수자들의 마음이 급해지니 팔 사람은 느긋해지고 값을 더 높여부른다. 이른바 ‘매도자 우위시장’이 되버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호가는 높아지고, 실제 거래가 되면 시세로 굳어진다. 평당 1억원으로 상징화되버린 지금의 강남 아파트들이 그렇다.

여기에 정부가 천명한 정시확대와 자사고·외고 폐지 소식은 불붙은 집값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한국 교육정책은 입시정책이나 다름없다. 벌써부터 여러 입시·부동산 카페에서는 강남지역 일반 고교의 서울대 입학 순위가 나오고 있다. 학교 교육의 정상화는 더욱 요원해질 것이다.

부동산 가격과 밀접한 교육 정책이 이렇게 흘러간다면 강남집값 잡기는 물건너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급한대로 강남집값을 낮추는 게 정책 주요 목표라면 실패했다고 봐야한다. 내놓은 정책들이 강남 집값을 되려 상승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국민들은 현 정부 출범이후 나온 각종 부동산 대책에 대한 내성도 커졌다. 환자에 비유하면 더이상 약의 효과가 없다. 병세가 악화될수록(집값이 오를수록) 약(규제)의 강도는 세지고, 몸(시장)은 되려 망가져 간다.

그럼에도 정부는 또다른 강력한 부동산 안정책 시행을 예고하고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30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고가 아파트 거래에 대해 자금조달계획서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했다. 채권입찰제와 재건축 연한 연장, 보유세 강화 등도 언급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정부에서만 어떻게든 버티면 된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동시에 내 재산을 지키기 위한 반발도 커지고, 규제를 피하려는 술래잡기도 이어지고 있다. 아마 우리 국민은 역대 정부 중 이번 정부에서 가장 많은 부동산 정책을 시험받은 국민이 될 지 모른다. 씁쓸할 따름이다.

권남근 건설부동산섹션 에디터/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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