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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폰 소송 6만명 인감증명서 내라고?...목소리 커지는 집단소송제 확대 필요성
법무부 발의, 1년 넘게 국회 표류중

6만여명의 인감증명서를 받아서 제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200페이지 당 두께를 1.8㎝로 잡아서 계산하면 인감증명서로만 5m 40㎝를 쌓을 수 있는 높이다.

한국 소비자 6만여명이 미국 애플 본사를 상대로 낸 ‘아이폰 업데이트 고의 성능저하 손해배상 소송’이 원고 명단을 확정하는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회 표류 중인 집단소송제 확대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부장 조미옥)는 지난 7일 원고 측 소송대리인에게 보정명령을 내렸다. 소송에 참여한 원고 6만여명으로부터 위임을 받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인감증명서를 모두 받아서 내라는 것이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한누리의 송성현 변호사는 “재판부의 보정명령을 최대한 따르고자 하지만 6만여명에 달하는 원고들에게서 인감증명서를 받아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됐으면 쉽게 해결됐을 문제”라고 했다.

집단소송은 소비자 권익이 대규모로 침해받은 경우 대표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나머지 피해자들도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기업의 불공정거래에 소비자들이 맞설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집단소송제 도입의 필요성이 나온진 오래다. 법무부는 1996년 5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집단소송법 시안을 마련했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이후에도 여러차례 논의가 있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 그나마 2004년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이 생겼고, 2006년 ‘소비자기본법’ 개정을 통해 소비자단체소송제도가 도입됐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2014년 신용카드 회사의 고객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건, 2015년 폭스바겐의 연비조작 사건 등이 이어지자 국회의원들은 앞다퉈 집단소송 관련 법안을 제출했다. 20대 국회에 들어서 많게는 국회의원 46인이 공동발의한 집단소송 관련 법안 10여건이 제출됐다.

법무부는 의원 발의 법안들의 핵심을 추려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해 9월 냈다. 개정안 제명을 ‘집단소송법’으로 하고 증권에만 한정된 분야를 제조물 책임, 담합, 부당광고, 개인정보, 식품, 금융 등 다수의 집단적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분야로 확대했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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