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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야당 복 있다는 여당, 정말 복일까

“우리가 야당 복은 있어.”

여권 인사와 사석에서 만나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다. 몇몇 불안요소를 말하다가도 결국엔 “그래도 저쪽으로 표가 가겠느냐”며 대화가 끝난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대안야권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여당으로 보면 한없이 ‘약한 야당’이란 뜻인데, 과연 대한민국 입장에서도 이게 복일까.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보수야권은 탄핵 책임을 가지고 다투면서 지금까지 통합을 이루지 못했다. 단 한번도 문재인 대통령과 맞서는 단일야당이었던 적이 없었다. 여기에 황교안 한국당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박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만들기도 쉬워졌다. 황 대표는 박근혜정부 시절 마지막 국무총리였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대표로 나오면 땡큐(황나땡)’라는 유행어가 여당 내에서 돈 이유였다. 여권 일각에선 “한국당이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정말 고맙다”고 농까지 던지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국면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요란해봐야 자유한국당이라는 것이다. 여기엔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야권이란 인식이 깔렸다. 실제로 조국 사태 초기 조 전 장관에 대한 부정여론은 높았지만, 정당 지지율은 크게 요동치지 않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치는 상대방과 하는 게임이기에 우리가 떨어진 만큼 저쪽이 올라야 위기의식이 생기는 것인데 지금 그렇지 않다”고 했다.

한쪽으로 보면 엄청난 호재로 여겨졌던 조국 사태에도 야권이 별다른 힘을 받지 못하자 여권에선 ‘할 수 있겠다’란 자신감을 엿보이기도 했다. “지금 조국을 포기하면 핵심 지지층이 떨어진다”는 말도 나왔다. 이면엔 중도층이 한국당으로 넘어가진 않을 것, 넘어가더라도 일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깔렸음이 명확했다. 여기에 검찰개혁이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망과 대의가 섞였고, 조 전 장관은 결국 임명됐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악재였다. 초창기 물밑에서도 조 전 장관에게 쓴소리를 아끼며 ‘무조건 수호’ 의지를 다지던 여당에서도 소신발언이 튀어나왔다. 열혈 지지층에게선 수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조 전 장관을 우려하는 발언은 계속됐다. “민주정당에서 소신발언을 어떻게 막겠느냐, 막아도 안되고 이 정도는 할만하다”는 얘기가 뒤따랐다. 조국 사태 국면 후반기엔 지지율도 상당폭 하락했다. 결국 장관 1개월 한 조 전 장관은 사실상 한 일 없이 내려왔다.

조 전 장관이 내려오자 “부끄러웠다”란 자기고백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 맞았다”, “침묵한 의원들은 사실 부정적이었다고 보면 된다” 등 조 전 장관 국면 때 ‘원팀 민주당’ 때문에 말을 못했던 정치권 인사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초선 의원의 불출마가 이어졌고 민주당 쇄신론이 나왔다.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당내는 지금 뒤숭숭한 분위기다.

야권은 축제분위기였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들에게 표창장을 주고 나섰다. 조국 사퇴를 자축하는 분위기였던 게 사실이다.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나뉘어 국민이 여론전쟁을 벌인 뒤다. 조국 국면을 두고 한 여권 관계자는 “조 전 장관 강행기류가 생겼을 때, 한국당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면 임명이 가능하기나 했겠느냐”고 했다. 야권이 비실비실하니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굳건한 대안야당이 있었다면 조국 국면은 아예 없었을 것이란 의미다. 그런데도 샴페인 터뜨리는 데 열중하는 야당을 보면서 여당이 뭔 생각을 할지는 뻔해 보인다.

여권 사석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 ‘복있는 야당’이라면 야권의 유행어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문재인정부’다. 최근엔 문 정부를 겨냥해 독재정부라고 공개 비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사실 민주당은 조국 사태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는데 인색했다. 야권에선 계속 “오만하다”고 외치는 이유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지율은 조국 사퇴 이후 상승세다.

문재인 정부 2년차던 시절 한 민주당 중진은 인터뷰가 끝날때쯤 “그래도 야당이 잘돼야 한다. 건전한 견제세력이 없으면 우리도 불행해지고 대한민국도 불행해진다”고 했다. 며칠전 한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에선 쇄신론, 불출마라도 나오지, 지금 우리가 축제할 때냐”라고 했다. 두 멘트를 보면 잘될 기미가 없는 야당, 그 속에서 계속 오만을 떠는 여당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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