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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묵은 피의사실 공표 논란 법으로 정리되나… 특별법 제정 추진(종합)
조응천 의원, 피의사실 공표에 관한 특별법 제정 추진
피의사실 공표 가능 예외상황 법률에 담겨
지난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일때 노 전 대통령이 회갑 선물로 받은 명품시계 한 쌍을 논두렁에 버렸다는 검찰발 의혹이 언론에 보도됐다. 결국 이 의혹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사진=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피의사실 공표죄에 대한 특별법 제정이 추진된다. 피의사실을 공표할 수 있는 것과 공표해선 안되는 것을 법률로 정해 논란을 정리하겠다는 의지다. 현재 법률은 피의사실 공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 등 정부부처는 자체적으로 훈령을 만들어 피의사실을 공표 하고 있지만, 법률이 금지한 내용을 자체 훈령만으로 피의사실 공표를 해와 그동안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피의사실 공표에 관한 별도의 법률을 만들고 있다”며 “현재 형법에서는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한다는 내용 한 줄 밖에 없지만, 특별법에는 내용이 최대한 자세히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제정법이라서 시간이 좀 걸리지만, 올해 안에는 법률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조 의원은 특별법 초안을 국회사무처 법제실에 제출해 둔 상태다. 조 의원실에 따르면 제정법에는 현재 경찰과 법무부 자체 훈령에만 있는 피의사실 공표가 가능한 예외조항이 담긴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예외조항이 담긴 법무부와 경찰청 훈령을 토대로 특별법 초안을 만드는 중”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 이외에는 공소제기전 혐의사실 및 수사상황 공개를 일절 금지 등이 주요내용”이라며 “사건관계인 인권 보호하면서 수사 보안을 유지하고 특히, 공소사실과 무관한 주변사실을 무분별하게 흘리던 관행에 철퇴를 가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행 법률은 피의사실공표에 어떠한 예외 상황을 두지 않고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피의사실 공표를 규정한 법률은 형법 제126조 뿐으로, 법에 따르면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판 청구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자체적인 ‘훈령’을 통해 예외상황을 만들어 그동안 피의사실을 공표해왔다. 2010년 법무부 훈령으로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으며, 경찰도 이를 토대로 자체적인 훈령을 만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이 계기가 됐다. 현행 법무부 훈령인 ‘수사공표준칙’에 따르면 동종범죄 발생우려·공공의 안전·국민협조요청·오보정정 등 네가지 경우에 한해, 피의사실 공표가 가능하다. 경찰청 훈령인 ‘경찰수사사건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에서도 이 4가지 사안에 대해 피의사실 공표가 가능토록 했다.

하지만, 법률에서 금지한 피의사실공표를 자체 훈령을 통해 가능토록 하다 보니, 훈령이 법을 어기게 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동종범죄 발생우려·공공의 안전·국민협조요청·오보정정 등에 대한 판단이 수사기관별로 상이해, 기관간 갈등으로 점화되기도 했다. 울산 약사면허증 위조 사건이 대표적이다. 울산지검은 지난 6월 울산경찰청이 약사면허증을 위조한 30대 여성을 구속했다는 내용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자, 울산경찰청 소속 경찰관 2명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입건했다. 해당 여성이 공인이 아닌데도 경찰이 불특정 다수에게 알렸다는 것이다. 당시 경찰은, 검찰의 논리라면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가 훨씬 많다며 크게 반발했다.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특별법이 제정돼 예외조항이 법률로 정비되면,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된 논란은 어느 정도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과 법무부 모두 입법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 관행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한지혁 법무부 형사기획과 검사는 “법무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도 규범력 강화를 위해 수사 공보에 관한 법률을 만들라고 권고해 입법도 공감할 부분이 있다”며 “법무부는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기준을 마련하고 입법 과정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했다. 경찰청 윤승영 수사기획과 과장 역시 “수사 공보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거나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죄를 개정해 예외조항을 개설하는 방안에 적극 동의한다”고 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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