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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2년생김지영’ 정유미 “연기 집중 안될 때는 원작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이 24일 개봉 2일째 14만2101명의 관객을 동원(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 개봉일(13만8761명)보다 높은 스코어를 기록하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영화는 소설로는 크게 히트했지만, ‘평균적’이고 ‘보통’이라 할 수 있는 여성 김지영을 주인공으로 해서 영화로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들이 적지 않았다. ‘김지영’은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동료이자 엄마로 살아간다. 평범한 30대 여성의 삶이다. 현실과 일상의 문제를 극적인 장면 별로 없이 영상의 맥락으로 이어가는 것이 난제로 여겨졌다.

게다가 영화는 젠더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었다. 예상보다 훨씬 예민하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성(性) 대결 양상으로까지 치달았다. 김지영 역을 맡은 정유미는 캐스팅 단계에서 이미 논란이 됐다.

최근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정유미는 “영화 출연 제의를 받자마자 지영을 해보고 싶었다. 제안이 왔을 때 불편함이 없었고, 나도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겠다 싶었다. 뭔가에 이끌린 것 같다”면서 “이전에는 단독주연 제의를 거절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내가 하려고 그렇게 된 건가? 영화가 주는 메시지, 여기에 전념했기에 악플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유미도 연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았다. “영화로 만들기에 심심하거나, 모두가 아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장면을 만드는 게 배우의 일이다. 디테일한 연기로 극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고 분위기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정유미는 대사가 충분히 이해되지 않을 때나 집중이 안될 때는, 시나리오보다 더 촘촘하고 세밀한 소설을 읽었다. 다른 작품을 할 때는 시나리오를 필사해 연기 ‘감’을 떠올렸다면 이번 작품은 원작 소설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러면서 왜 지영이는 그렇게 됐을까를 이해하려 하면서 감정이입했다.

“지영은 어릴때 엄마와 외할머니를 보고 알게모르게 감정이 쌓여갔다. 그런 걸 잊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상 남아있었다. 이건 아프다고 할 수도 있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쌓여진 감정을 스트레스 받을 때 표출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다. 지영의 감정을 통해 여러가지를 보여줄 수 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도 들려줬다.“어린 지영이가 엄마에게 하는 이야기다. 지영이가 ‘엄마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왜 선생님 안됐어? 지금 하면 되잖아’라고 하자 엄마가 ‘그때는 오빠 공부시키느라 못했고 지금은 지영이 엄마해야지’라고 말하는 장면을 영화로 보고, 뭔가 뭉클한 게 올라왔다.”

그는 김지영보다 한 살 어린 83년생이지만 결혼, 육아 경험이 없다. 육아 간접체험을 3개월 해보고 연기한 것은 창피한 수준이지만, 아이가 있는 친구에게 물어보며 공감의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배우는 실제 겪어보지 않은 걸 해내는 사람이다. 지영이가 손목보호대를 하고 있는 장면도 과한 설정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제 주변 사람은 거의 다 손목보호대를 하더라. 아이에게 이유식을 먹일 때 엄마 옷이 난리가 난다. 실제 먹여보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감독님이 육아경험이 있어 세밀한 촬영이 가능했던 것 같다.”

정유미에게 살면서 차별을 겪은 적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불합리한 일들이 있었을 수도 있고, 별로 그렇지 않은 일도 많았다. 그럭저럭 지나온 것 같다. 삶은 좋은 것과 안좋은 것의 반복이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잘 나아갔으면 한다. 어디서건 차별은 없어야 한다. 어릴 때 두 살 아래인 남동생보다 나에게 더 맞춰졌다. 나는 맏이라 옷을 사주는데, 동생에게는 옷을 사주지 못했다. 남동생이 희생한 거다. 내가 당연한 것이라 여겼던 것에 누군가의 양보가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거다.”

마지막으로, 소설보다는 조금 더 밝고 희망적으로 끝난 김지영이 ‘그 이후 삶’은 어떻게 됐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지영은 상담을 계속 받을 것이고.파트 타임 일을 시작하려고 고민하고, 남편 대현(공유)은 육아휴직을 안했을 것 같고. 내(지영)가 일하게 되면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지 않을까?”라는 답을 내놨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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