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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원·20센트…지하철요금·양파값이 불 붙인 ‘양극화 분노’
정치자유·인권·환경운동에
중남미서는 ‘민생고’로 촉발
23일(현지시간) 레바논, 칠레 등 세계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방식도 다양했다. 레바논에선 지폐를 들고 경제난에 항의하는 여성(위쪽 사진)이 있었다. 영화 ‘조커’의 영향으로 전세계 시위에서 번지고 있는 광대 분장 및 마스크가 칠레 반정부 시위에서도 인기다. [로이터 AP]

동전 몇 푼이 거대한 분노를 불러왔다. 칠레에서는 지하철요금 50원 인상 때문이었다. 레바논에선 메신저앱에 부과되는 세금 20센트가 도화선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선 물파이프담배값이, 인도에선 양파값이 문제였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사소해보이는’ 생활비 인상이 양극화와 불평등, 경제난, 부정부패에 대한 대중들의 누적된 불만을 폭발시켜 격렬하고 장기적인 반정부 시위로 비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7일 일어난 칠레 시위는 현재까지 15명의 사망자를 내며 격화일로로 치닫고 있고, 레바논의 반정부 시위는 나라 전역의 수십만 국민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로 번지고 있다. 이달 초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시위는 11일 간의 격렬한 집회 끝에 종지부를 찍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이들 시위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모두 단돈 몇 십원, 몇 백원의 가격 인상에 대한 분노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경제난 속에 서민들의 지갑사정은 생각치 않은 정부의 막무가내식 긴축 정책, 그리고 서민 경제를 쥐어짜면서 자신들의 배는 두둑히 채우는 사회 지도층과 기득권층의 만행은 ‘가격 인상’이란 촉매제를 만나 결국 정권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칠레 시민들은 단돈 ‘50원’에 들불처럼 일어났다. 에너지비용 증가를 이유로 정부가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인상한 것이 시작이었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분노한 시민들은 지하철역에 불을 지르면서 거세게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시위의 배경으로 수 십년간 축적돼 온 경제난을 꼽았다. 로드리고 부스 칠레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오랫동안 경제난은 압력솥과 같은 문제였고, 이것이 폭발한 것”이라면서 “이것은 대중교통과는 상관이 없다. 칠레 시위는 잔인한 불평등에 대한 저항이다”고 밝혔다.

레바논 시위는 정부가 국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인 ‘왓츠앱(WhatsApp)’에 대해 20센트의 과세를 추진한 것이 그 시발점이었다. 칠레 시위와 마찬가지로 15년 간의 내전 후 잇따른 국제 원조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생활고에 대한 불만이 근본적인 배경으로 지목된다. 한 시위대 참가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왓츠앱 때문에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연료, 음식, 빵 그리고 그 외 모든 것을 위해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에콰도르와 아이티에서는 연료에 대한 정부 보조금 철회가 도화선이 됐다. WP는 “신자유주의를 주장하며 정부 지출을 줄이고 보조금을 삭감하는 정부의 행위가 서민들의 주머니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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