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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구없는 청년취업난] 고용지표 개선된다고 하지만…취업해도 질 나쁜 일자리
대기업 취업 준비중인 쪼개기 ‘알바’ 인생…졸업후 미취업 청년 150만명, 취업포기자 58만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는 고용망 안 근로자들만 보호…미취업 청년에겐 ’그림의 떡‘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대기업에 취업 준비를 3년째 하고 있는 A씨(29)는 ‘쪼개기 알바’ 인생이다. 용돈이라도 벌어보려고 식당에서 알바를 한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자꾸 올라가면서 사장이 풀타임 대신 근무시간을 줄이는 바람에 그나마 있던 소득도 갈수록 줄어든다. 그의 대학 동기 중 두 명은 겨우 중소기업에 취업했고, 나머지는 알바를 하거나 취업준비 중이다. 20대 후반 B씨는 다니던 중소기업이 갑자기 폐업하는 바람에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 그는 망하지 않을 좀 탄탄한 회사에 취업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헤럴드DB]

최근 청년층 고용지표가 다소 개선됐다고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청년들이 숙박음식점업 등 서비스업의 이른바 ‘쪼개기 알바’로 많이 유입된 데 따른 것으로, 이들 청년층의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40시간 미만으로 나타나는 등 청년들이 안정성, 소득 측면에서 질 나쁜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

21일 통계청의 ‘2019년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고용률은 43.7%로 전년 대비 0.8%포인트 오르고 청년 실업률은 7.3%로 1.5%포인트 떨어졌다. 체감 실업률을 보여주는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도 10.8%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 내렸다.

하지만 청년층 고용의 질을 보면 고용지표 개선의 의미가 크게 퇴색된다. 청년층의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지난달 38.31시간으로 전년 동월(39.18시간) 대비 0.87시간 감소했다. 2017년까지만 해도 청년층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0시간을 웃돌았으나 작년 6월 36.95시간으로 급감한 뒤 16개월째 40시간 미만이다. 시간제 일자리가 많은 숙박음식점업에 청년 취업자가 몰린 탓이 크다. 20대의 취업자 증가분 대부분이 숙박·음식점업으로 유입됐고 교육서비스업이나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서비스업 취업자도 많았다. 실제 지난달 숙박음식점업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4만1000명 증가한 63만명으로, 전체 청년 취업자(395만명)의 16%에 달했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의 시간제 비중이 커지면서 주당 근로시간이 짧아져 지난달 청년층 숙박음식점업 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로 시간은 33.26시간에 불과했다. 개선된 청년고용 지표는 결과적으로 쪼개기 알바 취업자 증가 때문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결과’를 보면 올해 5월 기준, 졸업 후 미취업 상태인 청년은 154만1000명으로 2007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취업 포기자는 58만1000명으로 구직한 청년의 3배에 육박했다. 대학 내내 스펙 쌓느라 제대로 놀아보지도 못하고 취업준비를 하지만 질 좋은 일자리는 찾기 힘든 실정이다. 최근 노동시장에서 근무시간이 줄어들고 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이 심화하고 있는데 청년층이 그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52시간제 등의 고용정책은 이미 고용된 일부 근로자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경쟁에 취약한 중소기업 근로자나 영세한 자영업자를 지켜주는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안정적인 고용망 안에 있는 일부 근로자들의 보호를 앞세우며, 견고한 벽을 더 높이 세우고 있어 그 곳에 진입할 수 없는 청년층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제조업을 부흥시켜야 하는데 일률적으로 근무시간을 줄이고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는 지금의 노동정책으로는 쉽지 않다”며 “근본적으로 노동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 제조업이 부활하면, 자연스럽게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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