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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커’를 보면서 드는 불편한 기분의 정체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영화 ‘조커’는 DC코믹스가 ‘영웅’ 배트맨을 괴롭히는 캐릭터로 만들어낸 ‘빌런’ 조커에 관한 이야기다. ‘배트맨’(1989)과 ‘다크 나이트’(2008)에서 조커는 단순히 악인 역으로 기능했다면, ‘조커’는 조커가 어떻게 악인으로 변해가는지 과정을 보여주며 왜 악인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설파한다.

고담시에서 코미디언을 꿈꾸며 ‘유흥음식점 광대’로 몸이 아픈 엄마와 근근히 살아가는 ‘조커’ 아서 플렉(호야킨 피닉스 분)은 어릴때 뇌를 다쳐 순간적으로 웃음을 참지 못하는 정신병 증세를 보인다. 그런 그를 주위에서는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서는 무시, 조롱을 당하며 ‘별종’ 취급을 받는다.

아서는 그후 지하철에서 여성과 자신을 장난 치듯 괴롭히는 금융기관 직원 셋을 총으로 무자비하게 죽인 후 쉽게 사람을 죽이며 엄청난 악행을 저지르는 ‘절대악’으로 변모한다. 이런 아서는 경제불황기를 맞은 고담시의 빈민들에 의해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여기서 범죄와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냐, 또는 약자들의 당연한 분노라는 정반대의 주장이 대립한다. 분노만 있고, 해결책이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미국에서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가 상영된 콜로라도주 극장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모방범죄 사건을 의식한듯 R등급(청소년 관람 불가)을 받았다. 때문에 한국에서 받았던 ‘15세 관람가’라는 상영 등급을 더 올려야 된다는 말도 나왔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시종 찜찜하며 불편하고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지금껏 경험하기 힘든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하고,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강렬한 매력에 매료된다. 그것은 자본주의에 억눌린 가난한 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심정적으로 동의 내지 지지를 얻기 때문일 것이다. 조커가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대상이 금융기관 종사자 등 일반적 화이트 컬러인 것도 섬뜩하다.

아서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대는 오직 사회복지 상담사뿐이다. 상담사는 매번 “괜찮냐” “약은 잘 먹냐”는 똑같은 질문만 반복한다. 그나마 정부는 재정난으로 사회복지비용을 줄여 상담사 제도를 없앴다. 이 영화는 우리 사회가 갈 데가 없는 그들을 조금이라도 보듬어 안았는지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사회적 메시지도 깔고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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