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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는 ‘잿빛’인데…정부 인식은 ‘장밋빛’
수출·투자 감소에 물가 0%대
경기침체·디플레이션 우려 속
정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중”

우리경제에 ‘R(recession, 경기침체)’과 ‘D(deflation, 디플레이션)’의 ‘쌍공포’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수출과 투자가 1년째 감소세를 지속하는 등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물가는 수요 부진으로 0%대를 지속하다 8월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식 장기복합불황의 전조 증상이 뚜렷한 셈이다. ▶관련기사 3면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를 관리할 청와대와 정부의 안이한 태도다. 청와대와 정부는 심각한 경제상황보다 좋은 지표를 앞세우며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선방하고 있다’, ‘내년에는 좋아질 것이다’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진단을 내놓아 실망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8월 ‘조국 사태’ 이후부터는 이렇다할 대책도 찾아보기 어려운 등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5일 기획재정부와 국제금융센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관련 기관에 따르면 국내외 기관들의 올해 우리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연초 2%대 초반에서 7~8월엔 2% 전후로 낮아졌다 최근에는 1%대로 더 떨어졌다.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환경 악화로 수출이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 연속 감소하고,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지난해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감소하면서 우리나라의 제조업 생산능력이 경제개발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이는 등 경기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음을 반영한 결과다.

특히 심각한 것은 민간의 경제활력 저하다. 제조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한 민간부문의 경제성장 기여도(전분기대비)는 지난해 4분기 -0.3%포인트에서 올 1분기 +0.1%포인트로 미약하게 반등했다 2분기엔 다시 -0.2%포인트로 떨어졌다. 가까운 장래의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OECD의 한국 경기선행지수는 199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장인 27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경기적 요인도 문제지만, 구조적 문제도 심각하다. 내년부터는 15~64세 생산연령인구가 매년 20만명 이상 감소하는 등 ‘인구쇼크’가 본격화한다. 전문가들은 이의 성장률 위축 효과가 2020년대 중반까지 -0.4~-0.5%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며 ‘L자형’ 경기침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우려 속에 등장한 디플레 공포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대비 -0.4%로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을 두고 곧바로 우리경제가 디플레에 빠졌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D’ 공포의 그림자가 비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하기엔 충분하다. 가장 광의의 인플레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갭(gap)이 마이너스 권에 머물고 있는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지금의 경제적 난국은 정부는 물론 기업·가계를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가 비상한 각오로 대처해도 극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여권은 계속해서 낙관론을 펼쳐 위기의식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물론 우리경제가 아직 최악의 상황에 빠져든 상태라고 보긴 어렵지만, 우리경제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기보다 어려움을 극복할 대책을 내놓고 에너지를 결집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1990년대 후반 성장률과 GDP 갭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R·D’ 쌍공포의 그림자가 나타났지만, 단기 부양을 위한 미봉책으로 일관하며 구조개혁을 외면하다 ‘잃어버린 20년’을 맞았다. 일본이 디플레를 선언한 것은 한참 지난 2001년이었지만, 이미 정책 기능의 작동이 멈출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다음이었다. 우리도 낙관론을 접고 비상한 각오로 실효적 대처 방안을 내놓아야 할 때다. 이해준 기자/hj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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