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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고홍석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초빙교수] 행정에서의 전문가 활용

고 김영삼 대통령의 촌철살인식 어록 중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아마 본인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경우에는 전문가의 지식을 활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미일 것이다. 행정을 하면서 상당히 공감이 가는 말이다. 오늘날 행정은 상당히 복잡하고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관료들만으로 일을 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 결국 외부의 전문가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역대 시장의 경우를 봐도 모두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기 위한 각종 위원회나 보직을 만들었다. 이명박 시장은 역점 사업인 청계천복원과 대중교통개편을 위해 위원회 구성과 함께 교통전문가를 채용했다. 또 오세훈 시장 역시 창의시정과 디자인서울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와 함께 외부 전문가를 모셨다. 박원순 시장의 경우는 가장 활발하게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와 자리를 만들어 활용한 시장이다. 박 시장은 민간 전문가를 행정 각 분야의 자문역 등으로 위촉할 수 있도록 관련 분야의 조례에 근거 규정을 두거나 ‘서울특별시 민간전문가의 시정 참여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시정 전체에 활용하고 있다. 기존의 위원회라는 집단지성 활용방식이나 외부전문가를 채용할 수 있는 보직을 만들어 영입하는 방식을 넘어 특정 전문가를 시정 각 분야의 자문역 등에 임명함으로써 자문기능 외에 일부 정책집행·조정권한까지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지만 그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그 이유는 뭘까? 많은 전문가들은 기존 관료집단의 반발이나 외부전문가의 적응력 부족 등을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물론 이런 지적이 일부분 맞을 수 있지만 전문가 활용방법의 차이도 큰 이유 중의 하나라고 본다. 박원순 시장 하에서 내가 경험한 민간 전문가 활용의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두 사례는 지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그 결과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하지만 똑 같은 전문가 활용이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물은 상이하게 도출되고 있다.

우선 서울시립과학관 건립이다. 당초 시립과학관은 국립과학관으로 건립하기로 하고 전시 기본설계까지 마친 상태에서 시립과학관으로 사업이 변경되고 모든 권한이 국가에서 서울시로 넘어왔다. 이미 전시 기본설계가 끝나고 본 설계만을 남긴 상태에서 서울시가 업무를 인수받았다. 업무를 인수받아 본 설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국가에서 설정한 기본설계대로 과학관을 건립하는 경우 아무런 특징도 없는 또 하나의 전시건물만 건립하게 될 거라고 경고하면서도 이미 전시 중심의 기본설계가 끝난 상태에서 기본 컨셉을 바꿀 수 있겠느냐는 하는 것이었다. 다른 전문가 집단의 의견도 들었다. 대다수의 전문가 의견이 전시 중심이 아닌 체험하고 실험하는 과학관, 일반인보다는 학생 중심의 과학관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시에서는 최종적으로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과학관의 기본 컨셉을 변경하기로 하고 이를 끝까지 책임지고 추진해 나갈 민간 전문가를 프로젝트 메니저(PM)로 영입했다. 그 결과로 서울시립과학관은 전시가 아닌 학생들이 과학에 대한 기본개념을 이해하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2017년 개관, 운영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는 아직 건립 중인 공예박물관이다. 공예박물관은 옛 풍문여고 부지를 매입해 인사동과 연계시켜 공예제작자들이 공예작품 제작하고 시민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며, 제품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 출발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를 자문관으로 임명하면서 기본적인 개념이 변했다. 즉 우리나라의 최고의 공예품을 전시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박물관을 기본 컨셉으로 하고 공예문화 등은 박물관의 부수적인 기능으로 전환됐다. 다른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공예품은 이미 국립박물관이나 민간 박물관등이 소장하고 있는데 과연 후발주자인 서울시 공예박물관에서 어떤 작품을 전시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든다는 것. 그러나 결과적으로 자문 역할을 하는 전문가의 의견이 채택돼 추진되고 있다. 물론 개관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의견이 어느 정도 수정이 될 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기본 개념이 바뀌지 않은 채 개관한다면 그 결과는 완공예정인 2020년 이후에 밝혀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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