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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력범 22만명 ‘DNA 족보’…“완전범죄의 추억은 없다”
감옥에 있는 범죄자 15만6402명
구속 피의자 6만2586명분 확보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특정 후
미제살인사건 268건 해결 자신감
장기실종 사건도 DNA로 속속 해결

지문 감식이 전부였던 과거와 달리 수사기법의 비약적 발달로 ‘완전 범죄는 없다’는 수사 당국의 구호가 단순 선언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수사기법 발달은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가 33년 만에 특정되는 등 영구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들을 풀 핵심 열쇠가 되고 있다. 화성 8차 사건의 진범 논란이 불거졌지만 이 역시 과학 수사가 없었다면 영원히 묻혔을 지 모를 과거 부당 수사 관행과의 결별을 의미하기도 한다. 장기 실종자 수색에도 과학수사 기법이 적용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사건 해결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화성사건 용의자 DNA 대조로 33년 만에 특정…미제살인사건 268건 해결 실마리=이춘재를 DNA 대조를 통해 화성연쇄살인살인 사건 용의자로 특정하면서 경찰은 장기 미제사건 해결에 자신감이 붙은 상태다. DNA가 정액이나 침, 땀, 혈액, 질 분비물, 살점 등 어디에서 나왔는지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졌다. DNA 구조 분석을 통해 성범죄 여부, 범행 당시 행동 등을 추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화성연쇄살인사건을 포함해 장기 미제로 남은 살인사건은 총 268건이다. 서울이 59건으로 가장 많고, 경기가 51건, 부산이 26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경북은 16건, 울산, 충북이 각각 14건, 광주 인천이 각각 11건이다. 경찰은 민갑룡 경찰청장의 지시를 통해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는 대구 개구리소년 사건에 대한 전면 재수사에 돌입하기도 했다. 앞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화성 사건의 현장 증거물들에 대한 감정을 의뢰해, 총 10차에 걸친 화성연쇄살인사건 중 4, 5, 7, 9차 사건의 속옷 등에서 검출된 DNA가 이춘재의 것과 일치하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5679건의 범죄, DNA 대조로 수사 재개=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DNA 일치 판정으로 수사를 다시 시작한 사건은 모두 5679건이다. 복역 중인 범죄자 등의 DNA 시료와 범죄 증거물에서 추출한 DNA가 일치 판정을 받은 건수는 2177건, 구속 피의자 등의 시료와 일치 판정을 받은 건수가 3502건이다. ‘나주 드들강 살인 사건’, ‘무학산 살인 사건’, ‘광주 연쇄 강도강간범 사건’ 등의 진범이 DNA 대조를 통해 검거됐다.

수사당국은 현재 22만4574명분의 범죄자들의 DNA 정보를 확보해 놓고 있다. 이는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에 따른 것이다. 이 중 복역 중인 범죄자 DNA는 15만6402명분이며 구속 피의자 DNA는 6만2586명분이다. 유형별로 보면 폭력행위자 7만6550명분이 가장 많고, 강도·절도 범죄 관련자 3만9505명분, 강간추행 범죄 관련자 3만645명분이다. 살인 혐의자의 경우 8321명분의 DNA가 등록됐다. 범죄 현장 등에서는 모두 8만6085명분의 DNA가 수집됐으며, 이 중 강도·절도 관련이 4만1673명분, 강간추행·성폭력 관련이 1만1059명분이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영장 발부 시 (DNA)채취 대상자의 의견 진술, 불복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DNA 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린 바 있어, 법률 보안이 필요한 상태다.

▶장기실종자도 DNA로 찾아=최근 들어 수십년 만에 잃어버린 가족을 상봉했다는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수집된 DNA 대조를 통해 이뤄진 것이다. 지난 8월 광주 동부경찰서는 4·19혁명 참가 당시 얻은 후유증으로 지적장애를 앓고 있던 남성(78)이 DNA 대조를 통해 26년 만에 가족을 찾았다는 소식을 전했고, 7월에는 세종경찰서가 어머니와 헤어졌던 아들(48)이 DNA 대조를 통해 42년 만에 어머니를 극적으로 상봉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특히 18세 미만 아동과 지적장애인, 치매환자 등이 실종될 경우 가족들과의 상봉은 어려워질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1년 이상 찾지 못해 장기 실종자로 분류된 사람은 7468명으로(지난 7월 누적 기준), 이중 18세 미만 아동은 572명, 지적장애인은 155명, 치매환자는 123명이다.

경찰청은 지난 2005년 부터 ‘실종아동 등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종자에 대한 DNA정보를 수집해 오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8월까지 수집된 실종자와 관련된 DNA 정보는 모두 3만5828건으로, 이 중 18세 미만 아동은 1만2137건, 지적장애인은 1만9975건, 치매환자는 326건이며 보호자의 DNA 정보도 3390건이 등록돼 있다.

성과도 나고 있다. 18세 미만 아동 354명, 지적장애인 209명, 치매환자 10명 등 지난 8월 까지 총 583명의 실종자들이 DNA 정보로 가족을 찾았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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