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SNS로 일군 12억 달러 뷰티기업…갈색피부의 이단아
인스타그램 스타…팔로워 4000만명
포브스 선정 자수성가 여성 36위
금융학도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마트 ‘속눈썹’ 맘에 안들어 직접 제조
첫 해 150만달러 판매고에 자신감
미국에 900개·해외에 600여개 매장
그래픽디자인: 박지영/geeyoung@

이라크 출신의 부모에게서 태어난 ‘갈색’ 피부의 12살 소녀에게 백인들이 주로 사는 오클라오마 주의 한 작은 마을은 창살 없는 감옥과 같았다. 민족성을 이유로 자신을 외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를 위로해 준 유일한 낙은 화장이었다. 짙은 화장을 한 채, 그는 친구들에게 자신을 ‘하이디’라 불러달라고 부탁하면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지우려고 고군분투 했다..

“당시 친구들은 나를 이상하다고 놀렸다. 이제 나는 내가 ‘이상하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내 이름과 모습도 내가 끌어안고 가야 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나는 내 이름을 모든 것들에 붙이고 있다”.

25년여가 지난 오늘, 이 ‘아웃사이더’는 더는 자신의 ‘갈색’ 피부를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더 아름답고 돋보이게 하려 화장하고, 그 방법을 전 세계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그의 진짜 이름을 내걸고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는 대표적인 색조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잡았고, 어느새 그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자수성가한 여성’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뷰티업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이 성공신화의 주인공은 후다 뷰티(Huda beauty)의 창업자인 후다 카탄(36)이다.

▶금융학도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처음부터 사업가가 되려던 것은 아니었다. ‘진지한 일’을 하기를 바랐던 그의 부모님의 뜻대로 카탄은 대학에서 금융학을 전공해 2007년 한 컨설팅 회사의 재무 부서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금융위기가 미국을 강타할 무렵이었다.

당시 카탄의 약혼자는 미국을 덮칠 경제 위기를 예상하고 그에게 두바이로 이주할 것을 제안했다. 다행히 중동 본사에 자리를 구한 그는 두바이로 거처를 옮겼지만 금융 위기의 여파를 피하지는 못했다. 월급을 받지 못하면서까지 일을 하던 그는 2009년 자신의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바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죽음이다.

카탄은 2016년 패션잡지 하퍼스 바자르 아라비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잭슨은 마지막까지 그가 열정을 다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그때 나는 내가 열정적이지 않은 일을 하면서는 세상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도 없고, 내가 어떤 식으로 세상을 바꾸지 않는 한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도 갖지 않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의 열정이 어린 시절 자신의 유일한 안식처였던 ‘화장’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카탄은 화장을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자격증을 딴 후에는 유력 화장품 브랜드인 레브론(Revlon)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경력을 쌓았다.

그 무렵 카탄은 ‘후다 뷰티’란 이름의 블로그를 개설했다. 국경의 경계가 없는 ‘인터넷’을 또 다른 활동 무대로 정한 그의 선택은 오늘날 후다 뷰티가 글로벌 코스메틱 브랜드로 성장한 핵심 원동력이 된다.

▶첫 제품 ‘인조 속눈썹’ 불티…‘후다 뷰티’의 본격적 시작= 낮에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밤에는 메이크업 강좌 등을 만들어 올리는 블로거로 활동하던 당시만해도 그의 비전은 ‘사업가’가 아니었다. 당연히 메이크업 제품을 만들어 판매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는 “나는 사업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곧 자신의 능력을 깨닫게 된다. 카탄은 자신이 화장을 할 때 어떤 제품이 필요하고, 어떤 형태의 제품이 화장에 더 도움이 되는 지 남들보다 더 잘 이해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했다. 2013년, 그는 동네 마트에서 판매하는 인조 속눈썹이 마음이 들지 않자, 공동창업자이자 자신의 자매인 모나 카탄과 직접 제품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카탄은 CNBC 방송에 출연해 “때로는 시도해보기 전까지는 자신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모를 때가 있다”고 말했다. 카탄의 말대로 그의 능력은 그가 제작한 속눈썹이 출시된 이후 본격적으로 빛을 발했다. 후다 뷰티의 속눈썹은 파워 인플루언서인 미국의 킴 카다시안의 찬사를 받으며 순식간에 뷰티계의 주목을 받았다.

속눈썹을 출시한 첫 해 후다 뷰티는 150만 달러의 판매고를 올렸고, 이듬해 매출은 1000만 달러까지 뛰었다.

자매는 화장품 제조에서부터 포장까지 하나씩 배워가며 제품 라인업을 확대, 브랜드를 과감히 밀고 나갔다. 흔한 브랜드 광고 한 번 없이 ‘후다 뷰티’는 빠르게 성장했다. 광고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블로그에서 출발해 인스타그램으로 이어져 온 ‘후다 뷰티’의 팔로워들이었다.

▶수천만 인스타 팔로워의 힘…성공 열쇠는 ‘소비자와의 연결’=불과 창업 7년 째만에 연 매출 2억 5000만 달러(약 3000억 원)을 올린 10억 달러 가치의 ‘후다 뷰티’의 성공을 만든 것 역시 4000만 명에 육박하는 그의 추종자들이다. 후다 뷰티의 인기는 온라인을 뛰어넘어 오프라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세포라 등 유명 화장품 리테일숍을 포함, 후다 뷰티는 지난해 기준 미국 전역에 90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미국 외 국가의 매장은 600여개에 달한다. 현재 후다 뷰티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의 수는 약 140여개다.

이미 수 천만의 팔로워를 바탕으로 뷰티계의 파워 인플루언서로 이름을 알린 그는 SNS가 낳은 대표적인 성공한 사업가이자, SNS를 가장 잘 활용한 사업가로 꼽힌다.

빠르게 소비자들과 소통하면서 카탄은 자신의 제품을 알리고 동시에 소비자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제품에 반영했다.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시가 임박한 컨실러 제품에 대한 전량 폐기를 결정하는 그의 모습이 ‘후다 뷰티’를 소재로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후다 보스(Huda Boss)’에서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세포라의 한 관계자는 “분명 후다 뷰티를 성공시킨 것은 인터넷이지만, 자신의 팔로워의 반응을 해석하고, 그것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사업가로서 카탄의 통찰력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SNS는 모든 이에게 열려있다. 같은 맥락에서 카탄이 SNS에 올리는 각종 메이크업 관련 포스트는 ‘뷰티’에 대한 대중의 진입장벽을 허무는 데 일조했다.

그는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는 SNS 스타 중 한 명이다. 대중과 소통하고, 제품을 활용한 메이크업 팁을 공유하면서 ‘대중에게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하고, 그들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 소비자와 강력히 연결돼 있다는 점은 타 기업가들이 모방하기 힘든 그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이다.

카탄은 패스트 컴퍼니와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은 오랫동안 뷰티 대기업들과 단절돼 왔다“면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화장품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백인 일색‘ 뷰티계에 ’중동 여성‘ 위한 영역 구축= SNS와 더불어 후다 뷰티의 성공의 바탕이 된 것은 다름아닌 어린 시절 카탄에게 ’민족성‘에 대한 고민을 심어줬던 그의 피부색이다. 그는 뷰티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자신의 동료들이 대부분 러시아나 호주 출신의 백인이라고 설명했다. 카탄은 ”뷰티계에서 중동 출신의 블로거들의 활동은 심각하게 제한돼 있다“고 했다.

백인 일색의 메이크업 강좌 사이에서 짙은 갈색의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카탄의 포스트는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히잡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녀야 하는 이슬람 여성들이 유일하게 ’미(美)‘를 주제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인터넷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카탄은 갈색 피부를 가진 여성들이 여드름 흉터나 색소 침착 등을 메이크업으로 어떻게 다뤄야 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경쟁보다는 공생…로레알, 에스티로더 같은 회사로 키울 것“= 10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후다 뷰티는 뷰티계의 ’큰 손‘ 중 하나로 성장했다. 하지만 카탄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후다 뷰티를 ’신생 브랜드‘라고 부른다. 목표는 로레알과 같은 ’코스메틱‘ 제국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카탄은 지난 2017년 자신과 같은 여성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투자 펀드 HB엔젤스도 만들었다. 자신의 성공 경험을 미래의 기업가들과 나눔으로써 다 함께 성장하는 시장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카탄은 ”내가 가는 길의 목적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며, 이것은 물질적인 것과는 상관이 없다. 정말 ’작은 놈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면서 ”모든 것은 단거리가 아닌 마라톤이며,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경쟁이 아니라 다 함께 모이는 방법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