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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연의 현장에서] ‘조국 수사 이후’가 없다

7일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는 두 축으로 갈린 광장 같았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수사를 두고 여야는 첨예한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가족사기단 수괴를 장관에 임명했다”며 조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고, 여당은 “검찰이 조 장관을 낙마시키기 위한 정치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떤 보완점이나 대책을 제안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딜레마의 연속이다. 법무부가 검찰개혁안을 발표하면 ‘검찰 수사외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검찰이 조 장관에 대한 수사를 기존 수사방식에 따라 진행하면 ‘과잉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당과 야당은 고발장을 들고 검찰청을 달려가다 서로 불리한 상황에 놓이면 ‘정치검찰’ 논란을 부추기는 모순을 반복한다. 엄중한 수사국면에서도 언론의 이른바 ‘클릭장사’는 계속된다.

분열된 국민 앞에서 ‘다음’을 외치는 사람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열리는 대규모 집회들을 두고 “국론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직접민주주의 행위로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론분열이 아니라면 양측이 집회규모를 두고 100만이니 300만이니 갑론을박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로의 규모를 따져대며 조롱과 비난 섞인 ‘편가르기’가 반복되면서 토론이 설 공간은 사라졌다. 네편 내편만 있을 뿐이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와 기각이 갈리는 형국을 두고 ‘검찰개혁’을 외친 목소리는 영장 발부권한이 법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조 장관 수사를 둘러싼 피의사실 공표 논란을 문제삼는 목소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소환조사 당시 ‘포토라인 폐지’에 찬성했다.

대검은 자체개혁안으로써 심야조사 폐지와 특수부 지청 축소를 내걸었지만, 정작 과잉수사 논란의 핵심인 특수부의 수사방식을 어떻게 개편하고 감찰할 것인지는 제시 못하고 있다. 피의사실 공표문제나 수사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법무부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구성해 법무부와 검찰 모두 개혁대상이라 했지만 검찰개혁안만 있을 뿐이다. 피의자인 현직 법무장관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해충돌 문제에 대한 고찰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조 장관의 자택 압수수색 당시 조 장관과 현장 검사와의 통화가 정말 ‘인륜 문제’로 이뤄진 것이라면 법무부는 침묵했어야 했다. 법무부가 조 장관을 ‘대변’한 것은 되레 조 장관과 검찰의 통화가 한 여성의 남편이 아닌, 법무장관으로서 이뤄졌다는 걸 방증한다.

언론은 ‘조 장관이 현 국면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많이 한다. 조 장관은 자신이 아니면 검찰개혁을 시행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그가 민정수석 시절 패스트트랙에 올린 수사권조정안과 검찰인사는 모두 검찰의 특수수사를 권장하고 강화했다. 하지만 ‘조국의 역설’을 지적만 하면 제대로 된 검찰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

언론이 지난 3년 국정농단 수사, 사법농단 수사의 문제점을 비판해온 만큼, 언론은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검찰개혁을 논하는 데에 보다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한다.

검찰이 조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그 발부여부에 따른 파장은 어느 쪽이든 클 것이다. 영장이 발부되면 조 장관 소환과 기소가 가시화돼 현 정권의 인사실책 논란이 커질 것이고, 기각되면 수사동력이 약해지고 검찰개혁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어느 쪽이든 파장은 클 것이고, 결국 ‘다음’을 논의하고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다음’을 논의하려면 무엇부터 해야할까. 분명한 건 자성의 목소리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들도, 선출된 권력으로서 갈등을 중재하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인사와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표명을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들은 정치적 공방을 중단하고 검찰개혁을 위한 입법안 논의에 집중해야 한다. 이른바 ‘4부 권력’이라 불리는 언론은 이슈 따라잡기에만 집중하지 말고, 다양한 목소리를 보도하고 공론화함으로써 다층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조국 OUT’을 외치든 ‘조국 수호’를 외치든, 광장은 검찰개혁과 공직자 비위수사라는 대의에 대부분 동의한다.

편가르기 할 때가 아니다. 우리는 어떤 ‘다음’을 원하는가.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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