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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1부동산대책]시장 못이기는 정책 입증...유예 아닌 취소 해야
-시장과 엇나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예고 이후 3개월
-유예로 일시적 공급 늘겠지만, 근본 대책 되기 어려워

[헤럴드경제=성연진·양영경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결국 내년 4월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정책 시행 예고만으로도 시장이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자, 정부가 뒷걸음질 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날 분양가 상한제 정책 시행 6개월 유예를 두고, ‘정책이 시장을 이기는 경우는 없다’며 유예가 아니라 취소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6개월 유예되면서 서울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을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공사 현장.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실제 그간 부동산 시장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예고한 이후, 공교롭게도 집값 상승을 이어갔다. 정부가 처음 민간 택지로 분양가 상한제 확대를 언급한 지난 6월말 이후 3개월 간 서울 아파트값은 단 한차례도 꺽이지 않고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의 월간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7월부터 전월 대비 상승세로 돌아섰다. 게다가 7월에는 0.37%, 8월에는 0.4%, 9월에는 0.45% 상승하며 점점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급기야는 김현미 장관의 “평(3.3㎡)당 1억원인 아파트가 나오지 않도록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려 한다”는 말을 반증하듯, 8월 중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가 23억 9800만원에 거래되며 사실상 3.3㎡당 1억원을 찍었다.

때문에 이번 유예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아크로리버파크 같은 새 아파트 상승세가 꺾이고 다시 재건축 아파트로 모아지느냐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이번 유예로 관리처분인가받은 단지는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초 10월 시행이 예상되면서 분양시기 조정 때문에 난감했던 기존 재건축 단지로선 호재를 만났다는 설명이다.

▶공급제한 지역 상승이어지고, 청약관심 줄지 않을 것= 그렇다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을 사업 진행이 더딘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이 차별화될 것이라고 내다보진 않았다. 양 소장은 “일시적으로는 분양가 규제를 받을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가격이 하락할 순 있다”면서도 “하지만 공급이 제한적인 주요 입지에 위치한 곳은 결국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에서 나타난 신축 아파트와 청약으로의 관심도 줄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재건축 아파트를 사는 것은 결국 새 아파트가 될 낡은 아파트에 미리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전세를 끼고 급하게 사려고 했던 수요자들은 주춤하겠지만, 새 아파트를 좋아하는 성향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청약 시장의 열기도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안 부장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하고자 미리 분양물량이 쏟아진다는 것도 결국 예정 물량이지 새로 공급되는 게 아니다”면서 “청약 시장은 늘 대기 수요가 있는 데다가 공급 역시 6개월 내에서 서두르는 수준이기 때문에 전체 시장 흐름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일반 분양 시장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 청약 시장으로 수요자가 대거 몰리며 과열 양상을 보인 바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 시행안을 발표한 8월 12일 이전 서울 지역 평균 청약 가점은 48.43점이었으나, 발표 후 분양에 나선 단지는 그보다 16점이상 높은 64.78점으로 집계됐다.

▶대출규제 서민 진입장벽될 수도=시가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가 전세공적보증을 받지 못하도록 제한하면서, 전세대출을 활용한 주택 구입을 제한한 것은 평가가 엇갈렸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대출은 꼭 필요한 부분에 허용하는 게 가계 경제 안정성 측면에서 합리적이다”면서 “명확히 관계성을 입증하긴 어려우나,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였던 전세대출을 활용해 주택 구입 등 타 용도로 쓰고 있다는 의심이 있다면 필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만큼 대출 규제가 오히려 서민의 진입장벽이 될수도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앞서 9·13 대책에서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을 막았지만, 실제 거래가 줄어든 것은 9억원 이하 주택이었다”면서 “거래가 줄면 내집 마련에 나선 서민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9·13 대책 이후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거래는 37.6% 감소했지만 9억원 이하 주택 거래는 60.2% 줄었다.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값은 9월 현재 8억7272만원(KB국민은행 월간주택가격동향 기준)이다. 권 교수는 “9억원 이상 아파트 매매시 대출이 필요한 이들이 대출을 못받으면, 오히려 현금을 많이 쥔 부자들과 양극화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며 “대출 규제는 특히 신중을 가해야한다”고 밝혔다.

섣불리 민간택지로 분양가 상한제 확대를 언급한 이후, 불과 3개월만에 한 발 물러선 정부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시장 참여자들이 부동산 시장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하려면, 당위성에 급급한 정책이 아닌 시장 흐름을 읽는 일관성있는 정책이 필요한데 이번 유예로 또한번 예측 가능한 정책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3개 부처나 모여 분양가상한제 관련 유예안을 발표했는데 당장 동 단위 핀셋규제에 나서겠다고 밝혀놓고 명확한 기준 하나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엉겁결에 대책을 내놓고 이를 보완하는 한 정부 대책은 미봉책에 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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