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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일한의 住土피아] 도시의 승리! 강남 불패?

지난달 14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공급면적 79㎡)가 23억9800만원에 팔린 게 확인됐다. 3.3㎡당 9992만원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강남에서 3.3㎡당 1억원까지 올라가는 걸 막겠다”고 한 다음날 이뤄진 계약이다. 이젠 정말 ‘강남 3.3㎡당 1억원 시대’가 코앞까지 왔다.

정부가 재건축 관련 세금 강화, 분양가 상한제 등을 통해 급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으려 하지만 시장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요즘 서울 주요 지역에 집을 사려는 사람들 상당수는 이젠 원하는 인기지역에 새 아파트가 추가로 공급되긴 글렀다고 판단한다고 한다. 공급이 줄면 기존 아파트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계속 오르는 이유다.

주택 규제를 강화하면 오히려 집값이 오르는 현상은 늘 있었던 일이다. 이번 정부 뿐 아니라 노무현 정부 때도 그랬다. 시야를 넓혀 100여년 전 미국에서도, 최근 유럽 주요 도시마나 늘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그의 저서 〈도시의 승리〉에서 “신축 건물에 반대하는 것은 인기 지역 건물을 구매할 수 없게 만드는 정말로 확실한 방법”이라며 “부동산 공급을 제한할 경우 해당지역 부동산 가격은 상승 한다”고 단언했다.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역사를 두루 살핀 결과다.

프랑스 파리 중심부는 건물 높이를 25층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 결과 파리 중심부엔 옥탑방 원룸 수준도 100만달러가 넘는다. 부동산 개발이 제한된 미국 맨해튼 역사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그 지역 밖 거주자들보다 75% 더 부유하다. 같은 도시에서도 규제가 작동하는 지역 부동산은 그 외 지역보다 훨씬 더 비싸다.

1890년 2월4일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샌프란시스코 메트로폴리탄홀에서 인상적인 연설을 한다. 당시 뉴욕도 주택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임대료 등 지대가 계속 상승하던 상황이었다. 그는 토지주가 주택을 더 짓지 않고 방치하는 건 자신들의 배타적 이익을 강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살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주택 공급이 달리면 기존 주택 가격은 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착안한 개념이 그의 유명한 저서 ‘진보와빈곤’에서 주장한 ‘토지가치세’다. 땅 주인들에게 토지의 가치만큼 세금을 내도록 하라는 것이다. 헨리 조지는 토지를 놀리는 걸 죄악이라고 봤다. 개발하지 않은 토지는 100%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고, 토지에 대한 개발이 이뤄지는 만큼 차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토지 가치만큼 징구하면 아무리 부유한 토지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비싼 땅을 유휴화한 채 버틸 수 없다”며 “자기 토지를 스스로 사용하든지 아니면 사용할 다른 사람에게 매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람이 몰리는 고가의 도시 중심지 일수록 토지 활용도를 높여 고밀도로 개발하라는 게 헨리 조지의 생각이다. 토지공개념 주창자로 알려진 헨리 조지는 개발에 반대한 게 아니라 사실은 할 수 있는한 최대치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대한민국 최대 도시는 서울이다. 서울에서도 25개 자치구 가운데 송파구(63만8167명)에 가장 많은 사람이 산다. 강남구(50만7810명)와 서초구(40만9491명) 인구도 상위권이다.

강남은 서울에서도 가장 많은 부를 창출하는 곳이다. 서울의 구별 지역내총생산(GRDP) 순위에서 강남구가 59조9815억원으로 1위다. 2위는 중구(48조6548억원), 3위 서초구(29조4935억원) 순이다. 송파구(22조22억원)까지 합해 강남3구에서 111조4777억원 규모의 생산량이다. 서울 전체 총생산량(359조4399억)의 31%에 해당한다.

당연히 사업체가 가장 많다. 강남구에만 7만3590개의 기업이 있다. 전국 자치구 중 1위다. 그 뒤를 중구(6만6190개), 서초구(4만7061개), 송파구(4만5375개)가 따라간다. 강남3구는 특히 정보통신, 금융 등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체 비중이 많다. 미래 성장 동력을 갖췄다는 이야기다.

고부가가치 업체들이 많으니 당연히 월급도 많다. 급여총액 기준 강남구(24조9104억원) 거주자들의 월급이 가장 높다. 2위는 중구(16조452억), 3위는 서초구(14조8642억)가 자리한다.

자녀 교육 여건도 좋다. 교육 서비스업체 수가 강남구에만 3718개가 있어 전국 1위다. 2위는 서초구(2452개) 3위는 양천구(2285개), 4위는 송파구(2253개)다.

보건 및 사회복지 여건도 강남3구가 가장 좋다. 보건 및 사회복지사업에 쓰이는 돈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 1위는 강남구다. 3조원에 육박하는 2조8670억이 쓰였다. 2위는 송파구(1조4480억), 3위는 서초구(1조3147억원)다. 강남3구를 제외한 나머지 22개 구의 보건 및 사회복지 금액은 1조원 미만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도시가 승리한 이유는 인재가 모였기 때문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기업활동이 일어나고, 혁신이 꽃을 피우며, 인류 문화가 발달한다. 대한민국에서 기업, 교육, 문화, 복지 등 모든 부문에서 강남보다 나은 여건을 갖춘 곳은 없다. 사람이 몰리는 건 너무 당연한 현상이다.

다시 생각해 보자.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억지로 규제를 강화해 인구 유입을 막고, 기존 주택의 가격만 올리는 지금의 정부 정책이 옳은가? 정부가 도심의 소중한 땅을 가치만큼 쓰지 못하도록 규제해 기존 부유층의 기득권만 강화해 주는 건 아닌가? 재건축을 규제하고, 층고를 제한하고, 집값의 상한을 정하는 게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는 도시로 사람이 몰리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심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UN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66%가 도시에 살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는 55%가 도시에 산다. 이런 현상에서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서울과 주요 도시 집중 현상은 강화할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규제 일변도 정부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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