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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김용대 서울대학교 통계학과 교수] 거인의 뒷모습을 보면서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시 구절이 생각나게 하는 일이 최근에 있었다. 4차산업혁명의 거장 중 한명이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를 이끌어온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지난 10일 자리에서 내려왔다. 1999년에 한 아파트에서 동료 17명과 창업을 한 알리바바는 20년 만에 시가총액 549조원의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전자상거래로 시작하여 현제는 전자결제, 클라우드, AI등 4차선업혁명의 핵심기술의 선도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온라인 유통시장에 혁명을 가져온 기업이다. 먼저, 판매수수료에 의존하던 유통업계에서 처음으로 판매 수수료를 없애고 검색광고로 수익을 얻는 전략을 도입했다. 또한, 신용카드 등의 결재수단이 미미했던 중국에서 전자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를 제공한 것이다. 나아가, 인공지능을 이용한 물류시스템의 혁신을 이루었는데, 2017년도 광군제의 첫 주문을 12분 18초 만에 배달하였다고 한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윈 회장은 창업 20년 만에, 자신의 55회 생일날을 맞춰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후임자로 장용 현 최고경영자를 임명하였다. 장용 회장은 알리바바의 상징인 광군제를 만들었다. 광군제는 11월 11일이 1이 네 개인 것을 기념하여 싱글들이 알리바바에서 특별히 쇼핑을 하는 날인데, 2009년 시작이래로 매년 엄청난 성장을 하였고 2018년도 광군제 하루 매출액이 2135억 위안 (308억달러)이나 되었다. 마윈의 뒤를 이어서 또 한명의 스타가 등장하고 있다.

유통혁명에서 중국에 알리바바가 있다면 미국에는 아마존이 있다. 아마존은 도서판매로 시작하여 추천알고리즘을 이용한 서비스로 주목을 받았고 현재는 미국 유통업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아마존고라는 무인판매점은 멀게만 보이던 4차산업혁명이 우리 옆에 와 있다는 것을 너무나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아마존의 유통혁명 때문에 생긴 신조어로 ‘아마존화’(amazonization)가 있는데, 아마존 때문에 경기가 호황인데도 소비자 물가가 오르지 않는 현상을 지칭하기도 하고 반대로 아마존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대변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어찌 되었건, 아마존은 유통분야에서 새롭고 엄청난 혁신을 가져온 회사임에는 틀림없다.

알리바바와 아마존의 혁신과 한국의 상황을 비교해보면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의 유통시장에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에 의한 혁신이 기대되었다. 2015년에 쿠팡이라는 국내 온라인 쇼핑기업에 소프트뱅크는 10억달러를 투자하였고 이어서 2018년에 20억달러를 추가 투자를 하였다. 하지만 현재 국내 온라인 쇼핑시장에서 새로운 혁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격경쟁의 격화로 인하여 온라인 쇼핑회사들의 영업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해 쿠팡의 영업적자는 1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다른 온라인 쇼핑회사들의 영업적자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 보다는 과거로의 회귀를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쿠팡은 거액의 투자를 유치한 후 배달사업에 뛰어들었고, 배달업계의 선두업체인 배달의 민족은 쿠팡을 불공정거래 행위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였다. 배달의 민족과 계약한 업체에게 아주 특별한 조건으로 쿠팡과 계약을 유도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30억달러의 해외투자를 받은 회사의 혁신으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의 핵심은 혁신이며, 투자액이나 시장점유율보다 더 중요한 성공요인이다. 혁신이란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마윈의 알리바바는 중국에서 온라인쇼핑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였다. 온라인쇼핑이라는 아이디어는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를 실현하여 거대한 시장을 만드는 일은 혁신가만이 할 수 있다. 또한 55세의 나이에 경영권을 전문 경영인에게 넘기는 결단 또한 혁신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국내 모 재벌그룹의 3세 승계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보면서 우라나라에서는 혁신에너지가 고갈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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