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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곽효환 시인, 대산문화재단 상무] 쓰촨성 두장옌이 주는 지혜
지난 추석연휴 직전에 중국 성도(成都)에서 열린 ‘제3회 성도국제시주간’에 참석했었다. 이백과 두보 등 중국 고대시인들과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는 곳이자 중국현대시의 새장을 연 몽롱시파의 주요 활동지이기도 했던 성도에서 한주동안 열린 시 축제에 22개국 34명의 해외초청시인들과 150명이 넘는 중국시인들이 함께 한 것이다. 필자 역시 시를 읽고, 독자 및 언론들과 시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는 기회를 여러 차례 가졌다.

인상적인 것은 성도국제시주간이 시인들 중심의 ‘그들만의 리그’에 그치지 않고 초등학생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노래, 합송, 안무, 경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시를 읽고 익히고 또 즐길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시의 저변확대를 위한 가능성을 보는 동시에 시와 시인이 어떻게 독자와 함께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주최 측의 부탁으로 하루 일찍 도착한 덕에 방문할 수 있었던 두장옌(都江堰)이 국제시주간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다. 성도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쯤 떨어진 곳에 있는 두장옌은 기원전 256년에 진나라 태수 이빙(李) 부자에 의해 건설된 이래 지금까지 광활한 성도평원에 물을 공급하고 있는 고대 수리관개시설이다.

사천성 북부 고원에서 발원한 민(岷)강이 이곳에 이르면 완만해진 경사로 유량이 급속히 증가하고 겨우내 눈 녹은 계곡물까지 급류로 유입되어 둑을 무너뜨리는 수재가 반복되곤 했다. 이에 이빙 부자는 댐을 건설하고 제방을 높이 쌓아 물을 가두는 대신 새로운 수로를 만들어 물이 분산되어 흘러가게 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작은 돌들을 채운 길쭉한 대나무 바구니들을 쌓아 거센 물길을 가르면서 한편으로는 새로운 수로를 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로의 바닥 높이를 본래의 물길보다 높게 하여 수량이 많을 때는 고르게 분산되게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본래의 물길을 따라 흐르도록 했다. 그 결과 두장옌의 두 물줄기가 흐르는 사천성은 중국의 가장 풍요로운 농경지대라는 이름을 얻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는 2300년 전에 건설된 수리시설이 오늘날에도 사용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거대한 자연에 맞서 이를 극복하고 개척하려는 것이 아니라 순리를 받아들이면서 거센 물줄기를 분산시키고 유용하게 바꾸는 지혜와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혹은 깃들어 살며 상생하는 동양의 정신과 철학을 담고 있는데 의미가 있다.

난관에 저항하고 맞서 싸우며 끝내 극복하려는 것이 오늘의 세계를 지배하는 서구적 정신세계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부르는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과 미래 그리고 더 큰 재앙을 우리는 종종 목격해왔고 또 하게 된다.

수 천 년을 거세게 흐르는 물줄기를 품어내는 두장옌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어떠면 이해가 충돌하는 서로 다른 것들이 조화를 이루며 더 큰 어떤 것을 만들어 내는 정신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서로를 향해 죽기 살기로 적의를 주고받는 우리 사회가 잊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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