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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사율 100%’ 돼지열병, 100년간 아프리카→유럽→아시아 강타
1921년 케냐서 최초 보고…이탈리아, 40여년 근절 못하고 풍토병 돼
지난해 8월 중국 상륙…이후 아시아 각국서 6400여건 발생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추가로 발생해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인접지역인 강원지역도 방역에 총력을 쏟고 있다. 24일 춘천시의 한 양돈농가 주변에서 방역차량이 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지난 17일 경기 파주에서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된 지 일주일여 사이 5건 확진이 나온 가운데 이 질병이 훑고 지나간 외국의 사례에도 관심이 쏠린다.

‘치사율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 100년간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대륙을 차례로 강타했다. 지금도 일부 국가에서는 수십 년째 퇴치되지 않고 풍토병으로 계속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아 세계 각국의 방역당국을 괴롭히고 있다.

25일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98년 전인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보고됐다.

이후 이 질병은 서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등 대륙 곳곳으로 퍼졌다. 지금도 일부 국가에서는 풍토병으로 남아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1957년 포르투갈을 통해 유럽 대륙으로 건너갔다. 유럽에 상륙하자 먼저 포르투갈·스페인 등 이베리아반도 전체를 초토화했고 이어 벨기에·프랑스·이탈리아 등 주요국에 퍼졌다.

1960∼1995년 유럽에서 발병하는 기간에 이 바이러스는 브라질, 도미니카 공화국, 쿠바, 아이티 등 남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로도 전파됐다.

특히 이탈리아 남부 사르데냐 섬에서는 1978년 발병 이래 41년이 지나도록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잡히지 않은 채, 아예 지역 풍토병으로 남기도 했다.

2000년대로 접어들며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동유럽을 거쳐 아시아로 동진(東進)하는 모양새를 띠었다.

2007년 항구 선박의 잔반을 통해 조지아로 들어온 바이러스는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등을 거쳐 우크라이나·벨라루스·리투아니아·폴란드·에스토니아·라트비아·러시아 등 동유럽 국가를 강타했다.

특히 지난해 이후 동유럽에서 ▷폴란드 3864건 ▷루마니아 3131건 ▷헝가리 1154건 ▷러시아 159건 등 수천건이 발생했다.

아시아 발병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8월부터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해 중국의 축산시장을 뒤흔들었다.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을 소비하는 '큰손' 중국에서는 지금까지 161건에 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 사실상 창궐 수준에 이르렀다. 이후 올해 들어 1월 몽골, 2월 베트남, 5월 북한, 9월 필리핀과 우리나라 등 아시아 각국으로 질병이 확산됐다.

지난해 8월 이후 이들 아시아 국가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건수는 이달 20일 기준 6375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683건의 발병이 집계됐다.

과거 외국 사례를 봤을 때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감염 경로는 익히 알려진 대로 ▷공항·항만으로 익히지 않은 돼지고기 처리물 반입 ▷돼지고기와 그 부산물 이동 ▷감염된 야생 멧돼지 ▷감염된 진드기 등으로 나타났다.

특이하게도 아프리카 지역의 야생돼지인 '혹멧돼지'(Warthog)와 '숲돼지'(Giant Forest Hog)는 감염이 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보균 숙주 역할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역본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폐사율은 고병원성 바이러스의 경우 거의 100%지만, 만성형에서는 20% 이하"라며 "일부 풍토병화된 지역에서는 돼지가 바이러스에 적응해 생존율이 조금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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