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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선 승부수…자율주행 세계3위와 동행
현대차그룹 20억달러 ‘통 큰 베팅’
앱티브와 4조8000억원 합작법인
미래차 시장 ‘게임체인저’ 의지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왼쪽)과 앱티브 케빈 클락 CEO가 자율주행 S/W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자율주행분야 세계 3위 글로벌 업체 ‘앱티브(APTIV)’와 맞손을 잡았다. 현대차 안팎에선 그 배경에 미래차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강한 의지의 일환이다.

정 부회장의 이번 결단으로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분야의 ‘추격자’에서 ‘개척자’로 나설 태세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9월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른 정 부회장은 최근까지 현대차의 미래차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글로벌 업체들과 합종연횡을 도모해왔다. 지난 3월 인도 차량공유 업체 ‘올라’에 3억달러를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로부터 불과 6개월만에 7배 가까이 많은 20억 달러를 차량용 전장부품 및 자율주행 전문 기업 앱티브에 투자했다. 완성차 업체와 유력 자율주행 기업이 별도의 합작법인(조인트벤처, JV)을 설립해 자율주행차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모델은 이례적이다.

실제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차는 물론 모빌리티 업계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꿀 미래차 분야의 최상위 혁신 기술로 꼽힘에 따라 그 동안 많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ICT 업체들과 손을 잡아왔다.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 2016년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인수했고, 포드는 AI를 인수했다. 다임러와 BMW도 각각 보쉬, 인텔 등과 함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인지, 판단, 제어라는 3개 과정으로 구성된 자율주행 기술이 원활하게 수행되려면 각종 하드웨어와 연계해 통합 제어할 수 있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필수적이다.

다만 현대차의 경우처럼 합작 법인을 설립한 곳은 드물다. 정 부회장은 지금처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단순 공급받을 경우 근본적인 자율주행 솔루션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 하에 JV를 통한 공동 개발이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완전 인수는 타 업체에 대한 기술 폐쇄성으로 호환성이 부족할 수 있고 소수 지분 확보는 핵심기술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 부회장은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자율주행기술 분야에서는 구글 웨이모, GM 크루즈에 이은 세계 3위 기업으로 꼽히는 앱티브와의 협업을 통해 ‘퀀텀 점프’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차량 설계와 제조,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분야의 역량과 앱티브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분야 최고 기술력이 합쳐지면 기술 개발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실제 앱티브는 인지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컴퓨팅 플랫폼, 데이터 및 배전 등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모빌리티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일반적인 자율주행 전문 기업들이 무난한 교통환경에서의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는 반면 복잡한 교통, 열악한 기후 및 지형 등 난이도가 높은 상황에 대한 대처 기술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여러 업체들이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비가 내리는 날 운영한 업체는 앱티브가 유일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자율주행 개발 경쟁은 누가 우군을 더 많이 확보해 다양한 환경에서 더 많은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신설법인과의 우선적 협력을 통해 현대·기아차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더욱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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