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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텅 빈 주차장, 음식점用 전기 공급…낡은 규제에 묶인 4차산업혁명 寶庫
-문재인 대통령 ‘데이터 경제’ 발표 1년
-지난해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 155개
-애매한 건축물 용도로 주차시설 낭비
-데이터산업이지만 산업용 전기 못써
-에너지효율 인센티브도 不在
〈사진〉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도 성남시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데이터 규제혁신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서울 상암동의 한 데이터센터는 약 4년전 설립 당시 업무시설 건축물 규정을 적용받아 400대의 주차장을 의무적으로 확보했다. 90억원 상당의 비용을 들여 지하 3개 층에 주차 시설을 들였지만 상주 인력이 적은 데이터센터 특성상 현재 100대 정도만 이용되고 나머지 300대는 놀리고 있다.

현행 데이터센터는 소화가스를 사용한 화재 진압용 설비를 별도로 설치하고 있지만 소방시설 규정에 따라 옥내소화전과 스프링클러 설비 등을 내부 및 복도에 배치해야 한다.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금융권의 한 데이터센터 서버룸에서 누수사고가 발생해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가 국내에 155개까지 늘어나며 5G·클라우드·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주요 신기술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보고(寶庫)’로 부상했지만, 해묵은 제도와 규제로 국내 데이터센터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천명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데이터 강국으로 올라서기 위해 데이터 산업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지원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제공]

23일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의 ‘데이터센터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건축물 규제 중 산업계가 가장 완화를 요구하는 부분은 주차장 문제였다.

데이터센터는 건축물 특정 용도가 없어 각각 업무시설·방송통신시설·교육연구시설 등으로 설립되다가 올해 3월 방송통신시설로 분류됐다. 하지만, 여전히 불필요한 주차장 설치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연합회는 데이터센터 용도를 별도로 신설해 주차장 규정을 완화해 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요청했지만 데이터센터만을 위해 주차장법을 개정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국회에는 데이터센터를 건축물 용도에 추가해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특수설계 및 대형화를 유도하는 건축법 개정안(송희경 의원 대표발의)이 올라와 있지만 3년 이상 계류된 상태다.

이와 함께 데이터센터는 산업 특성상 많은 양의 전기에너지를 사용할 수 밖에 없어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등도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기술(그린 데이터센터)을 개발해도 인센티브조차 부여되지 않고 있다.

반면 영국은 데이터센터를 디지털 경제 활동의 필수 산업으로 지정하고 사업자가 일정 부분의 에너지 효율 조건을 충족할 경우 환경 부담금(Climate Change Levy)을 감면하고 있다.

국내 대형 IT서비스기업의 고위급 임원은 “데이터센터 성장 측면에서 정부 규제가 유연하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며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데이터센터 육성 차원에서 건축과 에너지 분야 규제를 점점 완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데이터산업 전용 전기요금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식서비스산업 전기요금 특례 제도로 비수도권 데이터센터는 3%의 전기료 절감 효과를 얻었으나 2014년말을 기한으로 제도가 종료된 상태다.

데이터센터는 또 현행 규정 상 산업용 전기가 아닌 음식점 등이 쓰는 일반 상업용 전기를 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 시설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에만 산업용 전기를 쓸 수 있어 데이터센터는 상대적으로 비싼 전기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데이터센터는 통계청의 표준산업분류에서 뚜렷한 체계로 정리돼 있지 않아 컴퓨터시설 관리업, 호스팅 및 관련 서비스업 등으로 임의로 해석되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명확한 분류 코드가 없어 데이터센터 산업 현황을 파악하고 지원제도를 수립하는 데 한계가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데이터센터에 대한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인식 제고도 요구되고 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미래 IT산업에 대한 투자로 일종의 ‘데이터 도서관’ 성격이 강한데 이를 고용창출과 지역상권 활성화 수단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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