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섬 라이브하우스와 노들서가의 외관. [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일본 시부야 악스, 홍대 상상마당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아티스트가 공연 당일 들어 와 장비를 풀고 그날 공연한 뒤 나갈 수 있는 정도의 중규모 라이브하우스는 국내 처음입니다. 이미 연말까지 주말 예약이 다 찼습니다.”

노들섬 운영자 어반트랜스포머팀 신용규 감독이 456석 규모의 대중음악 공연장 ‘라이브하우스’를 두고 한 설명이다. 음악과 생태를 주제로 재탄생한 한강 ‘노들섬’이 오는 28일 정식 개장을 열흘 앞두고 지난 18일 언론에 먼저 공개됐다. ‘노들서가’ 등 시설 곳곳에선 내부를 꾸미는 마무리 공사가 채 끝나지 않아 어수선했지만, 외관과 조경은 완성된 것과 다름없었다. 그간 텃밭으로 활용돼 시민 발길이 거의 끊겨 미지의 섬이나 다름없던 한강 복판의 ‘중지도(中之島)’가 100여년만에 ‘성형한’ 새 얼굴을 들이민 것이다.

라이스하우스 2층에서 내려다 본 내부. [사진=한지숙 기자]

노들섬은 건축물(9725㎡)과 자연 공간(3만6000㎡)으로 구성된다. 건축물에는 라이브하우스 외에 15개 독립출판사가 창작·판매·독서토론 등을 하는 ‘노들서가’, 가드닝공간 ‘식물도’, 지역 소상공인의 수공예품을 전시판매하는 ‘스페이스 445’, 음악도 듣고 전통주도 맛볼 수 있는 ‘뮤직라운지 류’, 음악 기획사·아티스트 입주공간인 ‘노들오피스’, 자전거 용품점 ‘자전거 카페 보이’, 식음료 매장 ‘F&B 앤테이블’, 야외 문화행사를 하는 ‘노들마당’ 등 다종다양한 시설들로 채워졌다.

2005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강예술섬(오페라하우스)을 조성하려다 5000억원이 넘는 당시로선 과도한 예산 낭비 논란을 초래, 좌초된 뒤에 나타난 새 모습인 터라 옛 설계안과의 비교 평가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현재 시설은 실현되지 못하고 폐기된 옛 설계안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박하다. 서울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축물이고, 구성된 기획들도 젊은층이 많이 찾는 ‘OO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익숙한 것들이다. 가드닝·업사이클링·지역소상공인·공유주방까지 모아 넣은 얼기설기는 새로움에 대한 기대를 품고 섬을 찾는 시민이라면 자칫 따분함 마저 느낄 정도로 평범해 보인다.

F&B 시설 3층에서 바라본 한강대교의 모습. [서울시 제공]

그도 그럴 것이 사업 조성비가 490억원으로 과거 설계안의 10분의 1 수준이다. 노들섬은 서울시가 처음으로 기획과 운영 단계서부터 시민 공모를 거쳐 시민 손으로 만든 점에서 차별된다. ‘선 운영구상, 후 공간설계’는 대규모 시설을 먼저 짓고 사후 운영사가 파산하는 등의 운영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놓은 묘책이었다. 공모를 거쳐 선정된 어반트랜스포머가 위탁받아 운영을 맡는다. 위탁기간은 지난해 6월부터 3년간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건비 등 운영비는 연간 20억원 예상하며 F&B 시설 임대수익 등은 연간 5억원 가량을 추산한다”고 말했다.

지붕 공간에서 여의도를 조망한 모습. [서울시 제공]

지붕 공간에선 탁 트인 한강 조망을 만끽할 수 있다. 앞으로 2021년 공중보행교 백년다리가 개통해 노량진까지 보행길이 연결되고, 라이브하우스에서의 질 좋은 공연 콘텐츠까지 더해지면 노들섬은 향후 서울의 새로운 문화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전엔 ‘한강조망’이 이 섬의 최고의 콘텐츠로 보인다. 김정빈 어반트랜스포머 대표는 “다음달 불꽃 축제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시설관리 인원 40명을 더 충원하고, 환경미화 인력도 추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용산에서 노들역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노들섬 정거장에 하차하는 버스 노선이 15개다. 지하철로는 9호선 노들역이 가장 가깝다. 하차해 한강대교 보행길을 따라 10~15분 가량 걸어가면 닿는다. 섬 안에 주차장이 99면 조성돼 있지만, 장애인·노약자·임산부를 위한 공간으로 차량 이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jshan@heraldcorp.com

노들섬의 현재 모습. [서울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