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승주 전 외교부 장관 초청 '격변하는 동북아 지정학 속의 한미동맹과 그 진로' 주제 강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주미대사로 내정된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한미동맹 관련 세미나에서 “지소미아(GSOMIA) 파기가 잘못됐다”는 소신발언이 나왔다. 한승주 전 외교부 장관은 강연자 자격으로 연단에 서 “고민 끝에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러한 주장을 내놨다. 한 전 장관은 주미대사로 부임한 경험도 있는 인물로, 이 의원에겐 ‘선배 대사’ 격이다.

한 전 장관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격변하는 동북아 지정학 속의 한미동맹과 그 진로 세미나에’ 참석해 “일본의 보복 조치에 대응해 일본에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결정한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그 수단으로 지소미아 중단은 잘못된 선택”이라며 “미국과의 관계를 어렵게 만들어 한미동맹에 지장을 줬다”고 했다. 이어 “지소미아 유지가 국익에 위배된다는 명분을 방어하기 어렵다”며 “지소미아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장치”라고 했다.

지소미아를 외교적 지렛대로 쓰겠다는 여권의 정치적 판단도 비판 대상에 올랐다. 여권 내에서는 지소미아를 파기하면 이를 유지하고 싶은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지소미아를 고리로 미국이 중재하기 시작하면 한일갈등이 비교적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한 전 장관은 이를 ‘오판’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미국의 개입이나 일본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쓰겠다는 생각은 오판이다”며 “오히려 그 역효과만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겐 우리 정부가 중국이나 북한에 편향됐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고, 일본에게는 (추가적인) 보복조치를 취할 명분을 제공하게 된다”고 했다. 또 “미국은 지소미아 중단이 주한미군 안전에 대한 위협을 증대시켰다고 불평하고 있다”며 “방위분담금 증액 요구의 구실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승주 전 외교부 장관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격변하는 동북아 지정학 속의 한미동맹과 그 진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전 장관은 “지소미아 중단은 중국과 북한에겐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미국에게는 상당히 부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결정”이라며 “일본은 ‘굿 보이(good boy)’, 한국은 ‘트러블 메이커(trouble maker)’라는 이미지가 부각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주미대사의 대미외교가 그만큼 험난해 질 것”이라며 “(이 의원)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미국과의 오해를 풀어야 하는데 여기 계신 여러분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 민주당 원혜영·이철희 의원, 한국당 주호영 의원 등을 포함해 10여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이에 세미나에 참석한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반발성 취지의 질문을 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소미아가) 일정정도 안보에 도움이 되겠지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 않는다”며 “일본이 한국을 더이상 우방으로 보지 않는데 한국이 일본과 정부를 공유할 수 있고, 이게 또 타당한가”라고 했다. 이어 “일본이 군사대국화를 노리면서 독도영유권을 주장하고 식민지를 정당화한다”며 “국민에게 가장 위협되는 요인은 북한이 아니라 일본이라고 국민은 본다”라고 했다.

한 방청객은 김 의원이 이러한 취지로 질문을 이어가자 중간에 끼어들어 “그렇게 보지 않는다. 누가 그렇게 보느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한 전 장관은 “한국과 일본이 갈등하는데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이 필요하고 가능하냐, 바람직하냐는 질문을 제기할 수는 있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지소미아는 높은 차원의 신뢰조성이고 이는 갈등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차원의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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