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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지러운 대한민국] 경제는 수출·투자 감소에 농·수·축 재해 몸살…정치는 ‘조국 사태’로 두동강
“경제는 버려진 자식” 극도 허탈감…靑·정부 안일한 경제인식에 리더십 상실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대한민국 호(號)가 통째로 표류하고 있다. 경제는 수출·투자 감소에다 농수축산업이 재해로 몸살을 앓는 등 총체적 위기에 빠져들고 있고, 정치는 ‘조국 사태’로 두동강이 난 채 각종 경제법안 처리 등 본연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정부는 “경제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안일한 인식을 드러내 논란을 자초하며 리더십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급기야 경제계에서 “경제는 버려진 자식이냐”는 극도의 허탈감을 표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중 경제전쟁과 글로벌 경기둔화,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외리스크의 파도가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매우 어지러운 상황에 경제의 핵심주체인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줄이는 등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 경제가 장기복합불황에 빠져들며 침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우리경제는 지난해 12월부터 9개월째 지속된 수출 감소와 지난해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이어진 투자 감소 등으로 이미 성장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그나마 정부의 재정투입으로 올해 1%대 후반~2%대 초반의 성장을 보일 가능성이 있지만, 재정 효과를 제외하면 1% 성장도 어려운 상태다. 경기 악화에 따른 총수요 부진으로 초저물가가 이어지며 최악의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수출과 투자 감소에 최근에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을 비롯한 각종 재해로 농수축산업까지 몸살을 앓으면서 우리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4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최근에는 아프리카 돼지열병과 가을적조, 태풍 등 각종 재해로 농수축산업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치사율 100%로 당국에선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번 창궐하면 수년 동안 돼지 재입식이 어려워져 사실상 폐업이 불가피해 양돈농가에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수산업은 올 여름 녹조가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가을 적조가 남해에 이어 동해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여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농민들은 13호 태풍 링링이 할퀴고 간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번주말 17호 태풍 타파가 북상해 남부지방을 강타할 것이란 소식에 애를 태우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위기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경제가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발언해 현실인식이 안이하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7일 페이스북에 “지난 8월 고용통계가 노인일자리, 단기간 일자리로 채워진 가짜뉴스라고 한다. 참으로 지나친 말씀이시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더욱이 정치권은 2개월이 넘도록 ‘조국 블랙홀’에 빠져 민생과 경제현안에 대한 논의나 관련 법에 대한 심의를 내팽개치는 등 심각한 작동불능 상태에 빠졌다. 탄력근로제를 명문화한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은 물론 서비스산업기본법 등 핵심 경제법령은 국회에서 수개월~수년째 낮잠을 자고 있고, 514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슈퍼예산 심의도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급기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제 이슈를 놓고 제대로 논의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며 “경제가 버려지고 잊힌 자식이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고 정부·정치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안일한 정부와 무책임한 정치권에 대한 경제계의 응축된 허탈감과 분노가 담긴 말이다.

경제위기는 대내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촉발될 수 있지만, 이를 현실화하는 것은 대응력과 리더십이다. 현재 우리경제에 이런 위기의 현실화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한 셈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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