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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美대화 진전…한반도정세 다시 급물살
北 ‘9월하순 대화’ 제안…트럼프 “만남 좋은것”
북미, 비핵화·상응조치 이견여전…난항 불가피
北 체제안전보장·美 WMD 추가땐 역행 가능
북한이 9월 하순께 북미대화를 제안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남은 좋은 것이라고 화답함에 따라 이르면 이달 하순께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될 전망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6·30 판문점회동 때 리용호 외무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자리를 함께 한 모습. [헤럴드DB]

북미정상의 6·30 판문점회동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교착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한반도정세가 다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9월 하순께 북미대화를 제안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다만 북미 간 대화가 늘 그랬듯이 적잖은 진통도 예고하고 있다. 양측의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이견이 여전한데다 북한은 북미대화 용의를 밝힌 직후 다시 단거리발사체 발사를 감행하며 일방적 양보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최 제1부상의 담화에 대해 “방금 나온 성명을 봤다”며 “그것은 흥미로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무슨 일이 생길지 지켜볼 것”이라면서 북미 합의에 따라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중이라는 점과 6·25전쟁 미군 유해 송환이 이뤄졌다는 점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실망했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김 위원장과 아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북미대화와 관련해 “우리는 무슨 일이 생길지 지켜볼 것이지만 나는 늘 만남을 갖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며 “만남은 나쁜 것이 아니다”고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북미는 시간과 장소 등 세부적 조율을 거친 뒤 이르면 이달 하순께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 제1부상은 9일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뜰)에서 노스캐롤라이나주 선거유세장으로 떠나기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달 하순 미국과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북한의 담화 발표에 대해 “만남은 언제나 좋은 것”이라면서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AP]

북한의 대화 제의 시점도 나름 절묘하다. 밤늦게 발표된 최 제1부상의 담화는 미국의 현지시간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으로는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제14기 2차 회의와 정권수립일인 71주년 9·9절을 거치며 내부체제 결속을 다진 뒤 나온 메시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북에 이어 10월1일 신중국 창건 기념일과 10월6일 북중수교 기념일을 계기로 한 김 위원장의 방중과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북중정상회담이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을 배경으로 ‘뒷배’를 강화하고 본격적인 북미대화에 나서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북미대화 재개는 양측의 이해와 요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북한으로서는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을 시한으로 제시한 상황에서 9월 하순은 100여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다. 2020년이 경제개발 5개년전략의 마지막 해인만큼 제재해제는 아니더라도 대외여건 개선도 절실하다. 미국으로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도전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북한문제에서 진전이 필요하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최근 강연에서 기존 속도조절론 기조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1년 동안 북한문제에서 중대한 진전을 이루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북미 간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간극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미국은 동시적·병행적 해법을 내세운 일괄타결식 빅딜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이미 생산한 핵물질과 핵탄두 뿐 아니라 탄도미사일과 화생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까지 포괄적으로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아야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비건 대표는 북한의 계속되는 WMD 개발이 국제적 규범에 대한 반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북한은 동시적·단계적 해법을 내세우며 등가성에 따른 비핵화 조치에 해당하는 상응조치를 주장하고 있다. 최 제1부상은 담화에서 “미국 측이 조미(북미) 쌍방의 이해관계에 다같이 부응하며 우리에게 접수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며 “만일 미국 측이 어렵게 열리게 되는 조미 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위협까지 했다.

여기에 북한은 최근 잇단 신형무기 개발과 시험발사를 통해 체제안전보장 문제를 추가적으로 제기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북한은 최 제1부상이 북미대화를 제안한 이튿날인 10일 오전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쪽으로 단거리발사체 2발을 또다시 발사했다. 북미가 우여곡절 끝에 재개되는 실무협상 자리에서 기존의 입장만을 고수한다면 한반도정세는 오히려 역행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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