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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조사본부] ‘배려 필요 없는 조직문화’가 여성 경제활동 높인다

흔히 ‘여성’은 한국경제의 미활용 자원이라고 불린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고 있음이 반영된 표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 고용률은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15년 50%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성 역할에 대한 전통적 인

식의 변화와 함께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로 보인다. 채용·승진 등에서 차별 금지, 모성보호제도 확대, 직장보육시설 확충, 여성 대표성 제고 등이 여성에게 기회의 문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여성 고용률이 70%를 넘는 핀란드, 스웨덴 등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특히 고위직으로 갈수록 여성 비율이 낮다는 점이 더욱 문제다. 한국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3.0%에 불과한데, 이는 프랑스(41.2%), 미국(23.4%) 등 서구 국가뿐 아니라 비슷한 문화권인 중국(11.1%), 일본(6.4%)에 비해서도 크게 뒤처지는 수치다. 선진국 클럽인 OECD 국가 중 꼴찌다.

더구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과감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어 더욱 안타깝다. 단적으로 일본의 경우 2013년 기준 여성임원 비율(1.3%)이 한국(1.9%)보다 뒤졌다. 그러나 일본 정부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을 독려를 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등 여성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여성 임원 비율은 이후 4년 만에 6%대로 급등했다.

여성 경제활동의 중요성은 세계적 석학도 강조한 부분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017년 한 컨퍼런스에서 “한국 노동시장에서 성차별 해소시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늘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 뉴욕대 교수 역시 올해 3월 대한상의 초청 강연에서 “한국이 고학력 여성인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해 잠재 자원으로 남아 있는 현 상황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실 이러한 지적이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는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 문제는 문화와 관행이 쉽게 바뀌지 않는 데 있다.

여성이 일하기에 불편한 환경을 그대로 둔 채 그 불편을 없애기 위해 법과 제도로 여성을 배려하고 있는 셈이다. 여성이 경제활동에 마음껏 참여하고 경력이 중단되는 일 없이 리더로 성장하게 하려면 문화와 관행에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단지 배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경우 또 다른 차별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의로 시작한 배려가 이를 하는 기업이나 남성뿐 아니라 배려를 받는 여성에게 언제든지 불만으로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처음부터 배려가 필요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기업의 근무시간 관리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듯 기업문화와 업무방식도 합리화하고 예측가능하게 변화될 필요가 있다.

육아를 책임져야 했던 여성에게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으로 작용한 습관적 야근, 회식문화 등은 동화돼야 할 조직문화가 아니라 사라져야 할 구태문화로 증명되고 있다. 갑작스럽거나 불명확한 업무지시, 잦은 회의, 보고를 위한 보고 등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욱 어울리지 않는 업무방식이다.

어느 일방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정한 경기를 할 수 없듯 불리한 환경을 그대로 둔 채 여성이 조직에서 활약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불리한 환경을 ‘배려’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양성 모두가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차별 없는 일터’가 필요하다. 그 시작은 기업문화를 혁신하고 업무방식을 합리화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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