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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팍팍한 추석경기]최고 추석선물은 '일자리'…고용침체發 ‘경제 악순환’은 깊어지기만
7월 취준생 포함 체감 청년실업률 23%, 소비위축 악순환 지속
고용시장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와 고용 허리 3040은 여전히 부진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취업준비생 A씨(29)는 올해에도 추석 연휴 귀성을 포기했다. 대기업에 취직해 반듯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사촌과 비교되는 게 너무 싫고 집안 어르신들이 알게 모르게 눈치를 주는 것 같아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8년째 행정고시를 비롯해 각종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온 B(36)씨도 추석연휴가 반갑지 않기는 마찬가지. 번번이 실패하면서 9급 공무원 시험으로 눈높이를 낮췄지만 여전히 공시촌을 맴도는 신세다.

청년실업률과 실업률이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고용지표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더도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던 추석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팍팍하기 짝이 없다.

결국 일자리 악화가 추석 경기를 통째로 발목잡고 있다. 일자리 사정이 나빠지니 소득이 낮아지고 지갑은 얇아져 소비가 줄어들면서 내수가 침체되고 이러니 기업은 사람을 안뽑거나 덜 뽑아 고용 여력이 갈수록 약화하는, 고용침체발(發) ‘경제 악순환’이 깊어만 가고 있는 것이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취업자는 비교적 큰 폭인 29만명이나 늘었지만 이와 동시에 실업률과 실업자 수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취업자 수가 수치상으로 호조를 보인 것도 따지고 보면 1년 전 취업자수 증가폭이 5000명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했을 땐 고용시장 개선보다는 ‘기저효과’ 탓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 만든 '세금 일자리'인 고령층의 일자리가 늘어난 것도 분명 한 몫 했을 것이다.

고용시장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고 일자리 사정은 더 나빠졌다. 실제 우리 경제의 주력인 제조업 취업자수는 16개월째 역대 최장기간 감소세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9만4000명 줄었다. 경제 허리 계층인 30·40대 일자리상황은 7월에도 여전히 부진했다. 산업별로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은 영향을 받아 단기일자리는 늘어났지만 수출 악화 영향으로 일자리의 질이 좋은 제조업 일자리는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실업률은 3.9%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올랐다. 이는 7월 기준으로 지난 2000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다. 반면 한국 경제의 중심축인 30·40대의 고용 한파는 여전하다. 1년 전보다 각각 2만3000명, 17만9000명 줄었다. 30·40대 취업자 수는 2017년 10월 이후 22개월째 동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취업 준비생을 포함한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0.4%포인트 상승한 11.9%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청년층 확장실업률도 1.1%포인트 상승한 23.8%로 역시 최대치다. 청년 4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연말까지 일자리 시장의 호전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로 재정투입에만 의존했다. 정부의 내년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 21.3%늘어난 25조7천억원으로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하지만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재정 확장만으로는 일자리를 늘릴 수 없고 민간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며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규제혁신과 함께 신성장산업 발굴 등 혁신성장 정책을 통해 민간의 고용창출력을 제고해야 지금의 ‘고용한파’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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