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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학의 변방으로 밀려난 ‘감각학’이 주목받는 이유는
감각의 역사 진중권 지음 창비

미학자 진중권이 철학의 변방으로 밀려난 감각학을 야심차게 복원하는 여정에 나섰다. 철학에서 주관적인 감각은 데카르트 이래 학문의 대상조차 되지 못할 정도로 저급한 능력으로 여겨졌다.

‘감각의 역사’(창비)는 철학에서 감각의 당당한 위치를 찾고, 미학에서 새롭게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다. 또한 이를 통해 미학의 범위가 미적 영역을 넘어 사회현상 전체로 확장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나간다.

저자는 이를 위해 현상학 뿐 아니라 고·중세의 이론과 아랍의 광학,대륙의 합리주의와 영국의 경험주의, 칸트의 경험과 선험의 종합, 반 데카르트주의자 콩디야크 같은 근대 비주류 철학자의 이론, 감각의 부활을 선언하는 들뢰즈의 현대미학까지 감성연구의 역사 전체를 구축해낸다.

저자는 감각 이론의 긴 오디세이를 통해, 헤겔식으로 “육체는 외화하여 정신이 되었다가 다시 육체로 귀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지금 감각에 주목해야 할까. 이는 현대 예술이 더 이상 객관적 감상과 분석의 틀에 갇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주관적 체험과 해석이 중요해진 것이다. 저자는 기존의 관념적 미학으로는 이 런 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예술이 대량생산품 속에, 디자인을 통해 사물 속에, 디지털세계 속에서 구현되는 상황에서 미학의 범위는 기존의 예술의 좁은 영역을 넘어서 있다. 기술의 발달은 새로운 감각을 깨우며 다시 새로운 예술을 추동한다. 기술미학이라는 말이 나온다.

저자는 “이 시대에 감각학으로서 미학의 기획이 등장한 것은 감성론이 탄생했던 그 시절처럼 우리 시대의 아이스테시스도 변화를 요청받거나 혹은 그 변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감각의 역사’에 이어, 기존의 관념적 미학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새로운 미술의 경향을 밝히는 ‘감각의 미학사’와 감각의 변화에 따른 사회구조적 변동을 탐구하는 ‘감각의 사회학’을 구축, 감각학 3부작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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