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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표 속에만 존재하는…지금은 사라진 나라들의 역사
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 비에른 베르예 지음, 홍한결 옮김 흐름출판

2007년 6월 뉴욕의 한 갤러리 경매에서 작은 우표 한 장이 40만달러에 낙찰됐다. 1840년 5월 1일에 발행한 세계 최초의 우표. 페니블랙이다.

빅토리아여왕의 초상을 그린 1페니짜리 이 흑색 우표는 월가의 채권왕 빌 그로스가 수집, 경매에 붙인 것으로 수익금은 국경없는 의사회에 기부됐다.

우표수집은 전통적인 취미 중 하나지만 건축가 비에른 베르예의 수집은 좀 특별하다. 그는 지리탐험의 한 방식으로 우표를 모으기 시작했다. 대상은 페니블랙 이래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국가와 정권에서 발행한 우표다.

‘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흐름출판)은 그가 그렇게 수집했던 1840년에서 1975년까지의 우표 에서 찾아낸 우표 속에만 존재하는, 지금은 사라진 나라들의 얘기다.

양자역학 이론을 수립한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알레르기 비염으로 무척 고생하다가 한 섬에서 오래 요양한 뒤 비로소 획기적인 이 이론을 내놓게 되는데, 그 곳이 다름아닌 헬리골랜드라는 섬이다. 나폴레옹전쟁 중 번성했던 이 섬은 1821년 영국 군인들이 떠나면서 교역활동도 중단되고 활력을 잃어갔다. 그때 건강트렌드로 해수욕이 인기를 끌면서 섬은 해수욕장이자 휴양지로 다시 인기를 누리게 된다.

1867년 헬리골랜드는 처음으로 자체 우표를 발행했는데, 당시로선 정밀한 인쇄술을 요하는 2색 인쇄에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실루엣을 돋을새김한 게 특징이다. 1890년 전략적 거점으로서의 역할이 끝난 이 섬을 영국이 독일의 잔지바르섬과 맞바꾸면서 섬은 헬골란트란 독일식 이름으로 바뀌게 된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의 공습으로 섬은 초토화된다.

책에는 전염병과 아이들의 참혹한 모습으로 잘 알려진 아프리카의 비아프라, 2800여 명이 사망하고 20만 명의 피해자를 낳은 희대의 가스누출사고가 벌어진 인도의 보팔 등 낯선 곳들이 많다. 1922년 소련-핀란드 전쟁 중 세워졌다가 단 몇 주일 만에 사라진 동카렐리야 처럼 단명한 나라도 있고 1800년대 후반 반세기를 버틴 보어인들의 독립공화국 오렌지자유국처럼 장수한 나라도 있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지금 지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곳들이라는 점이다. 책에는 50여개 나라가 등장하는데, 제국주의 열강의 충돌과 전쟁, 우표 발행의 뒷얘기 까지 우표라는 작은 창을 통해 역사를 탐험해나간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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