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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실험, 인간에 이익된다면 해도 될까
최훈 강원대 교수 ‘동물윤리 대논쟁’
‘동물복지’ 둘러싼 논쟁 철학적으로 답변
동물들 고통 느끼는 능력 가지고 있어
인간처럼 동등한 대우 받는 게 마땅
최근 가장 핫한 동물실험, 폐해 심각
조직배양 실험 등 다양한 모형 제시
동물윤리 대논쟁 최훈 지음 사월의책
“‘그래도 여전히 동물 실험에서 얻는 이익이 얼만데 그것을 포기한단 말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인간에게 직접 실험하면 확실하고 직접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실험이 있지만 우리는 인간에게 실험하지 않는다. (…)동물은 해도 되지만 인간은 하면 안된다는 종 차별적 생각 때문이다.”(‘동물윤리 대논쟁’에서)

일명 고양이 ‘자두 학대사건은 이유없는 잔혹성으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동물학대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지만 동물복지를 둘러싼 논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상해를 입힌다든지,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에는 일반적으로 공감하지만 동물실험과 관련해선 여전히 논란이 많다.

국내 대표적인 동물윤리철학자인 최훈 강원대 교수는 ‘동물 윤리 대논쟁’(사월의책)에서 동물 윤리와 관련된 모든 논쟁을 불러와 철학적으로 풀어간다. 지난 10년간 동물윤리 연구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동물윤리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하는 것은 동물에게 도덕적 지위가 있느냐이다. 저자는 먼저 동물이 도덕적 지위를 갖는 근거로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든다. 생명이 있다고 모두 직접적인 도덕적 지위를 갖는 것은 아니며, 고통이 도덕적 지위의 유일한 필요충분조건이라는 것이다. 평등하다는 것은 어떤 기본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경우, 인종 성별 종에 상관없이 똑같은 대우를 받는 것인데, 그 기본 능력이 다름 아닌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동물과 인간은 많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물 윤리 가운데 가장 논란이 많은 육식과 관련, 좁은 공간에 가둬 기르고 고통스럽게 죽이지 않는다면 고기를 먹는 게 윤리적인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저자는 여기서 윤리적 육식의 정당화 가능성을 제기하는데 의외다. 사람을 죽이는 게 나쁜 이유는 ‘박탈이론’과 ‘사건-상대적 이익 이론’으로 설명된다. 미래의 이익을 뺏기 때문으로, 특히 미래와 심리적으로 강하게 연결된 자아감, 자의식이 있을 때 죽음은 더 나쁘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유사인격체인 동물은 과거와 미래를 기억하고 강하게 의식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처럼 자신의 삶을 이야기의 관점에서 의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행복을 느낄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즉 감각적 동물은 존재하는 각 시간 단면마다 별개의 존재라는 것이다. 어떤 존재가 되겠다고 계획을 세우거나 미래에 그것을 되새기지도 못하기 때문에 서로 같은 존재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는 동일성을 유지하지만 전기적으로는 동일성을 유지하지 못한다.

따라서 그 존재를 고통 없이 죽이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공리주의 입장에선 한 동물의 죽음은 다른 탄생으로 대체돼 세상의 쾌락의 양은 변함이 없으므로 육식은 정당화된다.

저자는 그렇다고 현실에서 육식이 바로 윤리적으로 정당화되지는 않는다며, 윤리적 육식을 위한 환경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동물실험은 최근 가장 핫한 이슈다.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건 반대하지만 동물 실험이 주는 이익이 크다면 괴롭힘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가 핵심이다. 동물실험을 당연시하는 관점은 인간과 동물의 기능과 수행기관이 유사할 것으로 보는 데 있지만 기능의 유사성에도 수행 매커니즘은 종마다 전혀 다른데도 종종 무시된다. 진화과정에서 유기체들의 조그만 차이가 생리학적으로 의미 있는 큰 차이를 불러온 결과로, 동물실험에서 나온 결과를 바로 인간에게 외삽하는 건 실패확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인간에게 적용 가능한지는 인간을 대상으로한 실험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동물실험의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동물실험이 지배적인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은 건 성공한 역사만 알려진 결과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대부분인 실폐사례는 폐기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동물들이 고통을 당하고 죽어간다. 저자는 동물실험이 대체 방법보다 더 뛰어나다는 생각은 신화일 뿐이라며, ‘이상현상 패러다임의 위기’로 인식, 동물실험을 조직배양 실험이나 컴퓨터 모의실험 등 대체재와 함께 선택적 사항으로 여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에는 이와 함께 동물원과 애완동물의 윤리도 검토한다. 이는 동물윤리 중 최근에 논의되기 시작한 주제로, 윤리적 잣대는 동물들에게 이익이 되는지 여부다. 교육이나 종 보전, 오락 등 동물원의 필요성을 하나하나 따져 정당성이 없음을 주장한 저자는 동물들이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샌디에이고 동물원을 모델로 폐기하지 않을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책은 동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윤리적인지를 따지지만 인간을 이해하는 틀로도 받아들여진다. 인간에게 나쁜 것은 결국 동물에게도 나쁘기 때문이다. 동물복지의 다양한 입장과 모형을 제시, 대안을 제시한 점이 돋보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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