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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반기 투자심리 더 위축”...기업들 ‘지갑’을 닫고있다
미중무역전쟁에 日규제 겹쳐
현경연 조사 “부정적” 65.7%
중소기업 90%가 축소·무계획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한일 갈등, 미국 금리인하, 엄습하는 글로벌 장기 불황….

지난 3개월새 한국 경제를 덮친 거대한 불확실성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국내 기업들은 동시다발로 쏟아지는 대외 변수로 하반기 투자가 위축되고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도 적지않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3면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경기가 나쁘더라도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선제투자를 하는 것이 기업이지만 지금은 미래에 대한 담보가 없다고 판단해 이미 수립된 투자도 늦추는 세부조정에 들어간 기업들이 많다”며 “경기둔화가 지속되면서 추후 프로젝트 단위에서 투자 규모를 축소하거나 투자 자체를 보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보수적 투자 집행 불가피=국내 기업들은 세계 경기둔화에 한국 경제 저성장, 그리고 대내외 불확실성 증폭으로 하반기 투자 집행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6월 11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기업 경영환경 전망에 따르면, “하반기 투자를 상반기보다 늘리겠다”는 기업 비중은 35.4%에 불과했고, “향후 투자여건의 개선가능성이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65.7%에 달했다.

중소기업계는 더 심각하다. 중소기업 10곳 중 9곳은 올해 하반기 투자 확대나 신사업 진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6월 전국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중소기업 경영애로 및 하반기 경영전략’을 조사한 결과, 86.4%가 하반기 경영전략으로 ‘내실을 다지거나(60.2%), 사업 축소 등 생존우선(26.2%) 전략을 구상 중’이라고 답했다. 투자확대(5.6%), 신사업·신기술 도입(8%)을 계획 중인 기업은 13.6%에 불과했다.

▶경영환경 ‘시계제로’ 내년 사업계획 차질=올 하반기보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통상 6월에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기 시작해 11월에는 확정짓는데 지난 3개월동안 일본 수출 규제, 미국 금리인하 등 뜻밖의 변수가 많이 발생해 내년도 사업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 어려움을 토로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도 투자 계획은 완료되지 않았다”며 “최근 대외 불확실성 상황에서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만큼 탄력적인 투자경영이 중요해졌다. 과거에 비해 투자 검토 빈도를 늘려 시장 수요변동에 최대한 빨리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대내외 악조건 속에서도 중장기 투자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지난달 말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판결에서 파기환송이 결정되자 삼성의 미래투자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유일한 방법은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 수단’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협력팀장은 “대외적 여건과 함께 경기부진이나 소비둔화 등 구조적인 문제들은 기업이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유일하게 남은 것이 정책수단이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촉진을 위해 규제를 가중시키는 공정거래법이나 상법 등 정책적 불확실성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유란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IT산업의 경우 중국보다 규제장벽이 높아 산업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규제개혁을 통해 신산업을 태동·발전시켜 기업의 투자금이 흘러들어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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