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마약을 밀반입하려 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선호(29)씨가 검찰 청사를 찾아가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하루 빨리 체포당하길 바란다”고 말하며 스스로 체포됐다.

5일 인천지검 강력부(김호삼 부장검사)에 따르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선호씨가 긴급체포됐다.

선호 씨는 전날 오후 6시 20분께 혼자 택시를 타고 인천지검 청사를 찾았고 2시간 뒤인 오후 8시 20분께 체포됐다. 선호씨는 검찰 관계자에게 “주위 사람들이 많은 고통을 받아 마음이 아프다"며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하루빨리 구속되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호씨는 지난 1일 오전 4시 55분께 미국발 여객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과정에서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와 캔디·젤리형 대마를 밀반입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변종 대마를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간이 소변 검사에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적발 당시 여행용 가방에는 액상 대마 카트리지가 담겨 있었다. 어깨에 메는 백팩(배낭)에도 캔디·젤리형 대마 등 변종 대마 수십 개가 숨겨져 있었다.

선호씨는 마약이 합법화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이 같은 변종 대마를 쇼핑하듯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세관 측은 입국객들을 대상으로 수화물 엑스레이(X-ray) 검색을 하던 중 선호씨의 대마 밀반입을 적발했다.

선호씨의 신병을 인계 받은 검찰은 적발 당일과 이틀 후인 지난 3일 두 차례 선호 씨를 조사했다. 전날 오전에는 서울시 중구 장충동에 있는 그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각종 증거물도 확보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 2일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검찰이 피의자를 먼저 조사한 후 뒤늦게 다음 날 영장을 집행해, ‘뒷북 압수수색’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증거를 숨길 시간을 줬다는 것이다.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물을 먼저 확보한 뒤 사실 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는 것과 비교, 이례적인 수사다.

선호씨는 이 회장의 장남으로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했다. 그는 CJ제일제당에서 바이오사업팀 부장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5월 식품 전략기획 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검찰은 이날 오후 선호씨를 긴급체포함에 따라 48시간 안에 구속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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